일에 대한 생각
강연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종종 강연 자리가 있었다. 대부분 청년 진로 관련 강연이었다. 내 꿈에 대해 말하고, 내 목표를 이뤘다고 말했었다. 창원 서체를 만들고 싶었는데 결국엔 만들게 됐다고 말했었다. 그때마다 그간 고생했다며 박수를 받고 무대를 내려왔다. 하지만 일상은 여지없이 돌아왔다.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듯 어김없이 일상은 계속됐고 ‘나는 내 꿈과 목표를 이뤘다’라는 서사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이라는 무대에 조명은 꺼지지 않았고, 무대의 막은 내려오지 않았다.
만약 우리가 연극을 보러 갔는데 연극 마지막이 되어 주인공이 인사를 하고 고개 숙여 인사까지 다 했는데도 무대 조명은 꺼지지 않고 무대 막이 내려오지 않는다면 연극배우와 객석에 앉아 박수를 치던 관객들은 어떤 마음일까? 배우와 관객 사이는 서로 민망해지지 않을까? 배우는 특히나 등에서 식은땀이 흐를 것 같다. 어색해지고, 빈 숨만 왔다 갔다 관객석은 웅성웅성. 어떻게 해야 할지 모두 안절부절못하게 될 것 같다.
차라리 연극은 관계자가 무대 장치 고장이라고 하며 마치면 되겠지만, 내 인생은 그다음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난감해졌다. 모두가 꿈으로 먹고사는 것도 아니고, 목표가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흔들 깃발을 잃은 것처럼, 바다 위에서 나침반을 잃은 것처럼 일상 속에서 뭘 하며 지내야 할지 모르는 상태로 표류하게 됐다. 새로운 꿈이 생기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뚜렷한 목표도 목적도 없는 상태가 됐다. 난 새로운 목표가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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