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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무드 Sep 20. 2022

바르셀로나에서 애낳기

출산기록1

38주에 너는 2.6키로였다. 막달에 보통 매주 200그람정도 크니 이대로라면 너는 3키로를 조금 넘겨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 4주를 앞두고 담당의 몬세랏 선생님이 언제든 진통이 시작될  있으니 짐도 미리 싸놓고 멀리 가지 말고 출산을 준비하라고 했다.


너는 태동이 아주 활발했어서 나는 비장했다.  발길질이 결국 양막을 찢을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서 앉아 있으면 티셔츠가 들썩들썩 들렸고 옆자리 할머니들은 꿀렁대는  배를 구경할 정도였다. 네가 그렇게 발로 쿵쿵 차고 손으로 여기저기를 밀어댈 때면 마치  양수가 터질 것만 같았다.


38주차에 엄마아빠가 도착했다. 검진에서 자궁문이 살짝 열려있고 자궁 경부도 많이 짧아졌다고 했다. 이제  출산이  거라고 했다. 비장함에 담대함이 더해졌다.  것이 오는 거라고,  부모도 여기에 있고 출산 가방도 준비되었고 이렇게 헉헉대며 사는것도 이젠 끝이라며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40주까지 내가 매일 엄마 아빠와 산책을 가고 관광을 다니며 매일 오천보, 만보를 찍어도 너는 태연하게 꿀렁꿀렁 놀았다.  애는 늦는다더니 그런가보다 싶었지만 이젠 그만 나오지.. 싶었다. 달에는 매주 의사를 만나고 산파도 만나고 태동검사를 했는데 가진통이 매번 보여서 당장이라도 분만할  있을 거라고 들었다. 그 때는 금방 나올  같았는데 이상하게 40주차 검사에는 배가 잠잠했다.


40 3일차에 유도분만이 잡혔다. 자연진통이 걸려서 오는 것이 가장 좋다고 들었지만 마지막 검진에서 진통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의사는 이렇게나 네가 안에서 행복한  보면 나올 생각이 없어보인다 했다. 이대로면 41주되어서도 결국 유도분만을  것같다며, 자기가 종일 같이 있을  있는 날짜에 분만하자 권했다. 그러기로 했다. 40 하고도 삼일이면 너도 있을만큼 있었다. 이렇게 네 생일이 정해졌다.


1 23 오전 6시에  형의 차를 타고, 출산 가방을 들고 병원으로 갔다. 집을 나서며 엄마아빠한테 셋이 되어 돌아오겠다고 인사했다. 간밤 내 긴장되어 한숨도  잤는데도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내일 이시간엔 너를 만나려나? 막연히 생각했다.



병원에 도착해서 응급실에 딸린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담당 산파 Helena 와있었다. 임신중 검진 때부터 친절하게 돌봐주신 분이라 마음이 편안해졌다. 엘레나와 간단히 컨디션과 기분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태동검사를 했는데 역시나 너는 나올 기미가 없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자며 촉진제 질정을 넣었다. 약효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동안 라울과 잠시 불을 끄고 잤다. 정확히는 나는 잤는데 라울은 잤는지 뭐했는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니 방에 다른 침대나 쇼파는 없었다. ​​


촉진제 효과가 좋았는지 진통이 시작되었다. 기계는 진통이라 말하는데 나는 별다르게 아프진 않았다. 컨디션도 괜찮고 기분도 좋았다. 그저 물을 못마시는게  불편했지만 참을만했다. 엘레나가 진통이  잡혀가니 입원실 방으로 가서 쉬자고 했다. 방으로 들어가서 앞으로  밤을  침대에 누웠다. 방은 작지만 알차게 구비되어 있었다. 본격적인 분만을 기다리며 누워있는동안  삼십분마다 엘레나가 들어와서 상태를 체크했다. 자기 가족들 이야기도 해주고, 일에 대한 얘기도 해줬다. 정년이 넘었지만 몸도 건강하고   일이 좋아서  일하고 있는 모습이 멋있었다. 이렇게 경험이 풍부한데다 마음이 따듯하고 진심을 다해 산모를 돌보는 산파를 만난 것도 네 복이다.


옥시토신이 맞나. 무슨 주사를 맞았다. 이제 본격적인 진통이 올테니 놀라지 말라고 했다. 깊게 호흡하면서 진통을 내보내는 것을 다시 상기시키고 병실이나 복도를 천천히 걸어다니라고 했다. 코로나가 한참 기승을 부릴 때라 병원 복도는 의료진만 다닐 수 있었지만, 너와 나는 예외였다. 얇은 덴탈 마스크를 쓰고 호흡해가며 가만 가만 복도를 걸었다. 불안한 얼굴의 네 아빠는 혹시 우리가 넘어질까 뒤를 따랐다.


진통이 오긴 왔는데 생리통만 못했다. 이게 애낳는 진통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냥 참을만 했다. 생리통이 심한  보다 약하게 느껴졌다. 엘레나에게 생리통보다 덜하다고 하니 그건 생리통이 너무 심한거라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그랬다. 나는 원체 생리통이 심한 사람이다. 엘레나가 태동검사기를 지켜보다 진통이 점점  심해질거니 심호흡을  하라고 했다.


진통이 점점 굵고 짧아졌다. 끄응 하고 아프던 것이 우어어 하고 아프기 시작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가만히 고통을 느끼며 참고 있는 것 보다 다른 일을 하면서 신경을 분산시키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앉아서 게임도 하고 잠깐 낮잠도 자고, 병원 복도를 천천히 걷다보니 엘레나가 무슨 막대기를 들고 왔다. 준비 되었냐고, 이제 양수를 터트릴 거라고 했다. 엉덩이 밑에 강아지 배변패드같은 것을 깔고 두툼한 의료용 생리대를 몇 장 준비했다. 천 번은 해본 듯 익숙하게 장갑끼고 막대기를 넣더니 음, 흐읍, 했다.


갑자기 다리사이가 엄청나게 따듯해졌다. 왈칵왈칵하며 양수가 나오는데  이걸 병원밖에서 봤으면 정말 당황스럽겠다 싶었다.  많은 물이 배에 있을수있나 싶게 왈칵왈칵대며 계속해서 나왔다. 양수는 무색무취였다.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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