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4년 4계절 3인 가족의 두번째 가을 이야기
아빠
우리가 4년 동안 지낸 토요스는 원래 바다였던 곳을 흙으로 매꿔서 만든 신도시입니다. 높은 고층 타워맨션과 사무실이 즐비한 이곳은 바다 위에 지어진 도시라 저녁만 되면 야경이 정말 멋집니다. 특히 바닷가 옆에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이곳은 인근 지역 주민들의 조깅 코스이자 직장인들이 회식 후 취기를 식히는 장소, 그리고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합니다.
우리 가족은 시간이 나면 밤에 자전거를 타거나 1~2킬로미터 정도 함께 걸었습니다. 이날은 처음부터 노천 바에서 야경을 즐기기로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몇 가지 간단한 안주와 음료를 주문하고, 토요스의 야경을 만끽했습니다. 바람은 제법 선선하고, 바다 냄새와 어우러진 생맥주와 칵테일을 즐기며, 은성이는 콜라로 함께 건배했습니다. 국제학교에 다니느라 힘든 은성이를 위해, 코칭과 일본어 수업, 가족의 뒷바라지를 위해 항상 수고하는 아내를 위해, 그리고 해외에서 근무하며 매일 전투를 치르는 아빠를 위해
건배! 간빠이! 화이토!
엄마
아빠가 간만에 일찍 퇴근하는 밤에는 다같이 시원한 바다 바람을 쐬며 걷고, 뛰고, 때론 자전거를 타기도 했습니다. 집에서 20분쯤 걷다 보면 야외 카페가 있는데, 이날 따라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지요. 몇몇 노란 머리 외국인들이 리듬을 타고 있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분명 다이어트를 위해 달리기를 하러 나왔던 거 같은데, 어느새 우리는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잔을 부딪치고 있네요.
아들
토요스는 야경이 참 예쁜 도시입니다. 그래서 종종 밤길을 걷곤 했는데, 길을 걷다 보면 한 술집이 있습니다. 약간 푸드트럭 형태의 술집인데, 테라스도 있고 맛있는 것도 많이 팔아서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어느 날 엄마가 여기를 가보자고 했고, 저희 가족은 곧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가보니 아주 근사한 곳이었습니다. 축제 같은 분위기였고, 몇몇 사람들은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아빠가 등을 떠밀어서 춤을 잠깐 춰봤으나… 그때 저는 제가 몸치라는 걸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