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 뒤질 뻔한 그밤, 그날.
살을 에는 추위,
이걸 온전히 느껴본 적이 언젠지.
여행은 온몸의 감각을 극도로 깨운다.
사진을 찍던 손이 퍼렇게 변했다.
아무 빛도 없어서 차에 올라타고서야 알아채버렸다. 예정된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사막을 떠나는데 미련따윈 없었다.
푹푹 찌는 한국의 여름을 뒤로 하고 찾은 올해의 남미는 시리도록 추웠다.
4년 전 3월 우유니의 추위가 아직 선명해서, 우유니로 넘어가기 전부터 겁을 집어 먹은 참이었다.
밤에 소금사막을 가긴 정말 겁이 났지만, 아무래도 은하수가 걸렸다.
보름달이 떴던 지난 번의 우유니에선 훤한 달빛때문에 은하수를 볼 수 없었고, 밤새 사진만 찍는 여행자들의 목소리에 ‘우유니는 사진만 화려하구나’ 라며 학을 뗐다.
이번에도 시끄러우면 어쩌지, 그럼 난 정말 우유니를 싫어하게 될 텐데.
아니, 그보다 추운 건 어떡하지.
밤투어를 하기 위해 자정에 현관을 나섰다. 바지 네 벌, 양말 다섯 켤레에 몸을 집어넣고도 나는 벌벌 떨었다.
어쩌자고 밤에 갈 생각을 다시 했을까, 됐으니 그냥 돌아가자고 할까,
로망은 개뿔, 당장 손가락 발가락이 붙어있는지 떨어졌는지 감각도 없는데.
은하수가 내리는 소금사막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한 시.
짚차에서 내리고 나니 온 세상이 정적이다. 40분 넘게 떨어진 마을에서 나는 빛 말고는 암흑이다. 온 세상에 나 혼자 뚝 떨어진 생경한 기분을 다시 느낀다.
다시 찾은 우유니엔 아무도 없었고 은하수는 구름처럼 바닥까지 360도로 흩뿌려져 있었다.
막연히 마음에 그렸던 우주의 모습보다도 더 우주같은 현실감없는 세상 속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추운 건 싫은데, 정말 추운 게 너무 싫은데
우주라면 이 정도는 춥지 않을까, 슬며시 웃음마저 났다.
‘어, 별똥별.’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면서 생각했다.
언젠가 운명을 같이하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면, 그와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러면 지체없이 우유니로 와야지.
온 우주에 우리만 있는 것 같은 착각을 공유하면서 찐하게 키스해야지.
그렇게 당하고도 다시 우유니에 올 생각이라니,
로망은 개뿔이라며 또 새로운 로망을 만들어버리다니.
은하수에 홀린 게 틀림없다. 미쳤다, 미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