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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쏠SOL Aug 24. 2019

로망은 얼어죽을, 우유니

얼어 뒤질 뻔한 그밤, 그날.


살을 에는 추위,

이걸 온전히 느껴본 적이 언젠지.


여행은 온몸의 감각을 극도로 깨운다.





사진을 찍던 손이 퍼렇게 변했다.

아무 빛도 없어서 차에 올라타고서야 알아채버렸다. 예정된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사막을 떠나는데 미련따윈 없었다.


푹푹 찌는 한국의 여름을 뒤로 하고 찾은 올해의 남미는 시리도록 추웠다.

4년 전 3월 우유니의 추위가 아직 선명해서, 우유니로 넘어가기 전부터 겁을 집어 먹은 참이었다.


밤에 소금사막을 가긴 정말 겁이 났지만, 아무래도 은하수가 걸렸다.

보름달이 떴던 지난 번의 우유니에선 훤한 달빛때문에 은하수를 볼 수 없었고, 밤새 사진만 찍는 여행자들의 목소리에 ‘우유니는 사진만 화려하구나’ 라며 학을 뗐다.


이번에도 시끄러우면 어쩌지, 그럼 난 정말 우유니를 싫어하게 될 텐데.

아니, 그보다 추운 건 어떡하지.  


밤투어를 하기 위해 자정에 현관을 나섰다. 바지 네 벌, 양말 다섯 켤레에 몸을 집어넣고도 나는 벌벌 떨었다.

어쩌자고 밤에 갈 생각을 다시 했을까, 됐으니 그냥 돌아가자고 할까,


로망은 개뿔, 당장 손가락 발가락이 붙어있는지 떨어졌는지 감각도 없는데.




은하수가 내리는 소금사막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한 시.


짚차에서 내리고 나니 온 세상이 정적이다. 40분 넘게 떨어진 마을에서 나는 빛 말고는 암흑이다. 온 세상에 나 혼자 뚝 떨어진 생경한 기분을 다시 느낀다.

다시 찾은 우유니엔 아무도 없었고 은하수는 구름처럼 바닥까지 360도로 흩뿌려져 있었다.

막연히 마음에 그렸던 우주의 모습보다도 더 우주같은 현실감없는 세상 속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추운 건 싫은데, 정말 추운 게 너무 싫은데

우주라면 이 정도는 춥지 않을까, 슬며시 웃음마저 났다.



‘어, 별똥별.’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면서 생각했다.

언젠가 운명을 같이하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면, 그와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러면 지체없이 우유니로 와야지.

온 우주에 우리만 있는 것 같은 착각을 공유하면서 찐하게 키스해야지.




아,

그렇게 당하고도 다시 우유니에 올 생각이라니,

로망은 개뿔이라며 또 새로운 로망을 만들어버리다니.



은하수에 홀린 게 틀림없다. 미쳤다,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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