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애라는 버킷리스트

평범한 남자 EP 40 (개정판)

by 글짓는 목수

"你说的是这里呀? 你太朴素的吧"(네가 말한 데가 여기야? 참 소박하네)

"那你不要了?"(싫어?)

"没有没有"(아냐아냐)


집 근처에 발견한 양꼬치 집이 하나 있다. 신장(新疆) 사람이 운영하는 집인데 가성비가 괜찮다. 길다란 양꼬치 하나에 1.5위엔(250원)이다. 가게 안은 좁아서 밖에 간이식 의자와 파라솔 테이블을 놓고 영업을 한다. 숯불 위에 놓인 기다란 양꼬치가 연기를 뿜으며 향신료 향과 함께 어우러져 동네 골목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정비되지 않은 길은 곳곳이 패어 흙탕물이 고여있다. 그녀는 짧은 치마에 하이힐을 신고 곡예를 하듯이 작은 물 웅덩이 사이를 이리저리 피해 꼬치집으로 접근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허름한 동네와는 어울리지 않는 고급스러운 여자 저승사자의 등장에 꼬치집 주인과 앉아있는 몇몇의 손님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꽂힌다.


"果然是啤酒和羊肉串啊,我学生的时候经常吃的"(역시 맥주엔 양꼬치지, 옛날 학생 때 참 많이 먹었었는데...)

"你在中国留学过?"(중국에서 유학했었어?)

"那是我的最好的时光"(그때가 참 좋았지)

양꼬치와 싼더리 맥주

난 양꼬치를 씹으며 싼더리(三得利, Suntory) 맥주를 들이켠다. 상해에서 유학시절 즐겨먹던 메뉴다. 그녀는 양꼬치에는 손을 대지 않고 맥주잔을 들어 이리저리 훑어보더니 이내 한 모금 들이킨다.


"你怎么不吃呢?"(왜 안 먹어?)

"我不饿你吃多点吧"(그냥 배가 안고파서 너 많이 드삼)

"你多大呀,你对我这么随便?"(근데 넌 몇 살인데 나한테 이렇게 막 대하는 건데?)

"看起来你和我差不多呀,那你几岁?"(뭐 비슷한 또래인 거 같은데 뭐 넌 몇 살인데?)

"我八零猴"(난 80년 원숭이띠야)

"哦~真的吗?和我同年生的呀,几月?"(오~ 정말? 나랑 동갑이네~ 몇 월생?)

"九月"(9월)

"难道你是处女座的"(설마 처녀자리?)

"对呀 你怎么知道?"(응 어떻게 알아?)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맥주가 반쯤 남겨져 있던 잔에 맥주를 가득 채우고는 한 번에 들이켠다. 그러면서 먹지 않던 양꼬치 하나를 들어 젓가락으로 몇 조각을 빼내더니 하나 집어 먹는다.


과거 남자 친구가 처녀자리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처녀자리 남자는 재수 없다며 투덜거린다. 재수 없다며 사귀자고 한다. 자신은 양자리라며 재수 없는 남자에게 끌리는 타입이라며 앞뒤가 맞지 않는 어이없는 말을 늘어놓는다. 뭐 사실 남녀관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도 쉽진 않다.


"告诉我到底那天晚上发生什么事! 我喝醉了什么都想不起来"(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 좀 해줘! 술이 취해서 도통 생각이 나질 않네)

"要是你和我交往就告诉你"(사귀면 말해줄게)

"何必是我呀"(왜 난데? 하필)

"你应该谢谢我姐姐呀, 国际恋爱是我的人生清单之一"(고마운 줄 알아, 국제 연애해보는 게 나의 버킷리스트야)


어이가 없다. 춘옌의 장난스러운 대답에 나도 그냥 대수롭지 않게 승낙했다. 일단 그 날 일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뭐 손해 볼 것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그녀에 대한 호기심도 발동했다. 나 또한 여기 오래 있을 리도 없고 잠시 만나고 헤어지면 되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녀는 양주에서 제일 잘 나가는 나름 텐프로급 KTV의 매니저라고 한다. 대도시 상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 지역에서는 돈과 지위가 있는 남자들은 밤이 되면 이리로 모여든다. 그날 밤 왔던 태평양그룹 직원들은 자기네 단골 고객이라고 한다.


그녀는 태평양 그룹 산하의 양주 조선소의 총경리의 총애를 받은 탓에 다른 접대부와는 달리 매니저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 누리는 호사(豪奢) 생활은 다 그의 덕이라고 한다. 그는 중국의 고위층 남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듯 거느리는 알 나이(二奶: 숨겨둔 애첩)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그날 밤 일은 그러했다.


리타오 과장은 술이 취해 떡이 된 나를 끌고 그곳으로 왔다고 한다. 그때 난 이미 반쯤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고 한다. 이미 그곳에서 놀고 있던 태평양그룹 본사 직원들의 룸으로 나를 데리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나를 소파에 내팽개치고는 자기네들끼리 마시고 놀았다는 것이다. 그때 룸에서 그녀가 내동댕이 쳐져 있는 나를 챙겨줬다는 것이다. 왜 그랬냐고 물으니 너무 불쌍해 보였다고 한다. 취한 나를 화장실에 데려가 등을 두들겨 주고 룸에서 다들 취해 노는 동안 나에게 무릎 베개를 내어준다고 다리에 쥐가 날뻔했다며 짜증 섞인 말도 내뱉는다.


그녀는 소파에 오바이트하는 곤란한 상황을 막기 위한 어쩔수 없는 배려였다고 한다. 근데 자신의 무릎 위에 누운 내가 뭐라고 혼자서 계속 궁시렁거렸다고 한다. 눈에선 눈물을 흘리며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말로 잠꼬대를 하는 내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다고 한다.


파티가 끝나고 리타오 과장은 내가 가진 법인 카드로 모든 비용을 결제하고 그녀에게 나와 다른 아가씨 한 명을 호텔방에 넣어주고 가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태평양 그룹과 관련된 일이라 거절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태평양 그룹은 그들의 최대 고객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른 접대부에게 지시하지 않고 직접 나를 데리고 호텔로 갔다는 것이다.


그녀는 리타오 과장이 지시한 데로 나의 옷을 홀랑 벗겨 침대에 눕혀 놓고는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한참을 지켜봤다고 한다. 침대 위에 쓰러져 자는 나는 눈물을 흘리며 또 다시 알지 못하는 말을 중얼거렸다고 한다. 뜻을 알 수 없었지만 그 느낌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고 한다.


"mi an... nan sunggongyi..."


춘옌은 샤워를 하고 알몸으로 내 옆에 누웠고 울고 잠꼬대를 하는 나를 가만히 안아줬다고 한다. 그녀는 과거의 그녀의 옛 애인이 떠올랐고... 그리고 그녀도 울며 잠들었다고 한다.


다음날 그녀는 내가 떠난 뒤 하루 종일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날 밤 나의 모습이 머릿속에 계속 아른거렸다고 한다. 내가 궁지에 몰렸을 상황에 불쌍해서 연락을 했다고 한다.


나는 그녀의 믿기 힘든 스토리를 듣고 난 후 할 말을 잃고 한동안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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