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과거 그리고 현재

평범한 남자 EP 41 (개정판)

by 글짓는 목수

"那你为什么告诉我这个"(근데 나한테 알려주는 이유가 뭐야?)

"没有什么理由,想做就做呀"(이유는 없어, 그냥 그러고 싶었을 뿐이야)


난 생각지도 못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할 말을 잃은 채 한동안 안주도 없이 연거푸 맥주를 들이마셨다.


"你不用担心,现在我站在你这边,你就是我的男朋友嘛"(걱정 마, 이제 난 네 편이니까 너 이제 내 남자 친구이잖아 하하하)


난 그녀가 왜 잘 알지도 못하는 나를 위해 이런 무모한 짓을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녀는 내가 과거 자신이 사랑했던 한 남자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 남자를 마음속에서 힘들게 잊어가고 있을 때쯤, 내가 나타났고 그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며 책임지라면서 농담 섞인 진담인지 진담 섞인 농담인지 모를 얘기를 늘어놓는다.


그녀와 그 남자는 쓰촨성(四川省: 중국 내륙 서남부)의 한 시골에서 어린 시절때부터 같은 동네에서 자랐다고 한다. 청뚜(成都: 쓰촨 성 성도)에서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닌 동창이었다고 한다. 그는 나처럼 술을 마시고 취하면 눈물을 흘리며 성공에 대한 자신의 야망을 자기에게 늘어놓았다고 한다. 가난이 싫었다는 그는 졸업 후 그녀를 혼자 버려두고 미국으로 가버렸다고 한다. '가난한 자들끼리는 가난을 면치 못한다'는 말을 그녀에 가슴에 새겨주고 떠났다.


그녀는 졸업 후 고향의 작은 가죽 공장에 취직해서 악착같이 돈을 벌었다고 한다. 돈은 참고 버티기만 해서는 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고향을 떠나 중국의 돈이 모이는 상해로 갔다. 그곳에서 빨리 돈을 버는 방법을 깨달았고, 그것이 바로 화류계 일이었다. 그녀의 목표는 오로지 가난을 벗어나는 것이었다고 한다. 옛 남자 친구에게 다시는 자신과 가난을 연결시킬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는 남자를 공부했다. 특히 돈 있고 권력 있는 남자들이 선호하는 여성이 되기 위해 철저히 과거의 자신을 지우는 연습을 했다.


그런 그녀의 노력 끝에 화류계에서 이름 있는 업소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거기서 태평양그룹의 고위층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졌고 그룹 산하의 양주 조선소 총경리의 마음에 들어 그의 세컨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녀에게 푹 빠져버린 그는 그녀를 양주로 불러드렸고 그녀에게 양주에서 제일 큰 KTV 총 매니저 자리를 제안하고 집과 차도 내어주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녀는 전 남자 친구가 그토록 싫어했던 가난에서 탈출했다. 가난 탈출이라는 옛 애인이 만들어준 목표를 향해서만 달려왔던 그녀는 이제 인생의 목표가 사라졌다.


그런데 다른 목표가 생겼다고 한다.


"那你说的新的人生目标是什么?"(뭔데... 그 새로운 인생 목표라는 것이?)

"不能说得秘密呀"(말할 수 없는 비밀이야 하하하)

"无聊"(재미없어)


인과응보인가? 그녀도 내가 하는 짓을 똑같이 써먹는다. 그녀가 대하소설을 쏟아내는 동안 마신 술이 한 병 두 병 늘어갔고 테이블 위엔 빈 병들이 만리장성이라도 쌓을듯이 이중삼중 벽을 만들고 있었다.


"你很能喝呀"(너 술 쎄구나)

"当然啊你想我怎么能到这儿来了吗?"(당연하지 내가 이 바닥에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겠니?)

"你说的没错 呵呵呵"(그러고 보니 그렇네 하하하)


그녀는 술에 관해서는 모르는 게 없다. 술로 남자 한 명쯤 보내버리는 건 일도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순간 정신이 들면서 한국에서 있었던 악몽들이 떠오른다. 그녀의 얼굴에 오떡이가 오버 랩되고 있다. 그녀는 뭘 하고 있을까? 근데 왜 난 술이 센 여자들만 나타나는 걸까?



"进去吧"(들어가자)

"去哪儿"(어딜?)

"你家"(너희 집)

"为什么?"(왜?)

"我喝了这么多酒怎么能开车回家?今晚睡在你家吧"(나 술 마셨는데... 어떻게 운전해서 가니? 오늘 너희 집에서 자고 갈게)

"咦~ 那象话吗?你睡在我家?"(그게 말이니? 네가 왜 내 집 에서 자?)

"没关系我们俩是交往的,今晚真的一起上床怎么样? 哈哈哈"(우리 이제 사귀는 사인데 뭘, 오늘은 진짜 한번 할까? 하하하)


난 순간 장판 깔린 맥주잔을 입에 가져다 대고는 술이 없음을 깨닫고 급히 술이 남아있는 병을 찾아 두리번 거린다. 당황한 나의 모습을 보던 그녀는 폭소를 터뜨리며 대신 술이 담긴 병을 집어 나의 잔에 따른다. 난 엉겁결에 두 손으로 그녀의 술을 받아 한 번에 마셨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走吧 我累了"(그만 가자, 피곤하다)


주변에 손님이 아무도 없다. 주인의 따가운 눈빛이 느껴진다. 여기는 대도시처럼 늦게까지 장사를 하지 않는다. 작은 소도시라 9시가 되기 전에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는다. 9시가 넘어가려 하고 있다.


"哇~ 你家好大啊,这都你自己用的?"(와~ 집이 엄청 넓네, 이걸 혼자 쓰는 거야)

"恩"(응)

"我应该经常来你家玩 哈哈哈,你给我毛巾我先洗澡吧"(자주 놀러 와야겠는걸 하하하 나 먼저 씻을게, 수건 좀~)

"..."


그녀는 처음 방문한 내 집을 자기 집인 것 처럼 집안을 한 번 휘젓고는 내가 건네준 샤워 타월을 받아 들고 욕실로 들어간다. 욕실 문이 닫히려는 순간 그녀가 문 사이로 고개만 내민다.


"你要不要跟我一起洗?"(너도 같이 씻을래?)


순간 그 자리에 얼어버린 나를 보며 또 한 번 폭소를 터뜨리고는 문을 닫는다. 욕실 안의 물줄기가 떨어지는 소리와 나의 심장 떨림이 동시에 들린다. 신혼 첫날밤이 이런 기분일까? 소파에 앉아 조용히 두 가지 소리의 하모니를 감상한다. 그리고 멈춰버린 샤워 물줄기 소리에 당황한 나는 리모컨을 집어 TV를 켠다. 알아들을 수 없는 스피디한 중국 CCTV의 뉴스가 흘러나온다.


"你看新闻啊?听懂吗?"(뉴스 봐? 다 알아들어?)

"没…没有"(아~ 아니)


그녀는 몸에 수건을 두른 채 고개를 기울여 젖은 머리를 작은 수건으로 꾹꾹 두드리며 물기를 닦아낸다. 그리고는 조금씩 내 쪽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내 옆에 앉는다. 거리가 좁혀질수록 심장의 펌핑 주기가 빨라진다. 난 TV만 주시한다. 그녀는 내 손에 들려있던 리모컨을 낚아채더니 채널을 바꿔버린다.


"干吗看新闻, 简直是个大叔啊 "(무슨 뉴스니, 아저씨도 아니고)

"哎呀~ 都结束了"(아~ 끝나버렸네)


때 마침 "다음 이 시간에" 자막이 흘러나온 [꽃보다 남자] 한국 드라마를 보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낚아챘던 리모컨을 다시 내 손위에 올려놓는다.


"我用这一间可以吧?"(나 이방 쓰면 되지?)

"呀!那间是我的"( 야! 그건 내방이야)

"啊~ 累了.晚安!做个我的梦咯~"(아~ 피곤하다. 잘 자! 내꿈꿔!)


그녀는 내 말을 들은 체도 않고 문을 닫고 들어가 버린다. 어이가 없다. 뭐 여기 온 이후로 어이가 있은 적이 없어 익숙하다. 난 한 동안 멍하니 소파에 앉아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건지 머릿속 시계를 되돌려 본다.


술기운에 스르르 눈이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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