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 색, 그린
나는 초록색이 좋다.
원래는 딱히 좋아하는 색이 없는 줄 알았는데, 친구가 말해줘서 알게 되었다. 내가 초록색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린다고. 말을 듣고 보니 맞는 것 같기도 했다. 내 태블릿 PC 배경화면도, 휴대폰 배경화면도, 심지어 컬러링 북을 색칠할 때도 가장 먼저 고르는 색연필이 초록색이었으니까.
나는 언제부터 초록색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분명 어렸을 때는 초록색을 촌스러운 색이라고 생각했다. 한 마디로 거들떠도(?) 안 보는 색이었다는 소리다. 죽을 때까지 초록색을 좋아하리라고는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물론 이제는 업신여겼던 그 초록색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현대 사회의 우리는 눈이 몹시 피로한 존재들이다.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도 없이 작은 종이 또는 작은 화면 속 글씨에 집중하며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심지어 휴식을 취할 때도 우리는 눈을 혹사시킨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다른 곳이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가면서 눈이 아픈 것은 방관하는 우리는, 언젠가 눈이 파업을 하게 될 날이 오리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 눈이 영원히 또렷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그러나 다른 신체 부위가 그러하듯이 눈도 늙는다. 과로하면 피곤하고, 정해진 수명이 있다.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나는 본능적으로 나의 눈이 병들어가는 것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눈에 편하다는 초록색만을 찾아다닌 거겠지.
요즘 들어 산책을 하며 주위의 다양한 초록색들을 눈에 담는다. 분명 인위적인 색소를 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다양한 초록색을 구현해낸다. 연한 초록색, 진한 초록색, 맑은 초록색, 탁한 초록색. 그 종류들을 찾아 하나씩 눈에 저장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렇게 느릿느릿 초록색들을 구경하다 보면 비싼 눈 영양제가 필요 없을 정도다. 그것만으로도 피로한 나의 눈은 휴식을 되찾는다. 그리고 ‘나랑 조금 더 오래 있어주십사.’하고 뇌물을 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우리가 좀 더 초록색이라는 컬러를 사랑하게 되었으면 한다. 흔해서 특별하지 않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우리의 삶 어디든 초록색이 있다는 이야기다. 초록색은 자연 그 자체다.
손목이 아프면 찜질을 하듯이, 이젠 눈이 호소하는 고통에도 마땅한 대처를 해주면 어떨까, 한다. 우리의 더욱 건강한 미래를 위하여. 좋은 것을 보며 좋은 것을 느끼는 향상된 삶의 질을 위하여. 조만간 침침해질 세상을 예방하기 위하여.
초록색은 언제나 옳다. 모두의 최애 색이 되어 쉴 틈 없는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휴식이 되었으면 한다.
자, 이제 휴대폰을 놓고 초록색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함께하자고요. 근처 산책길, 낮은 뒷산도 좋으니 아주 잠시라도 눈에 영양제를 놓아주자고요.
우리는 모두 건강할 권리가 있는 사람들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