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잔상

잔상 1 : 붕괴

소설가의 소설일지도, 혹은 누군가의 실화일지도

by Carrie


6월 끝자락, 건널목에 선 무속인 청은 심기가 퍽 불편했다. 그의 주요 고객인 이윤 영감이 선약도 없이 대뜸 그를 불러냈기 때문이다.


70대의 이윤 영감은 이름처럼 이윤을 남기는 것에 꽤 소질이 있는 양반이었다. 전해 듣기론 젊은 시절에 작은 건설 회사 하나를 운영했다고 들었는데, 거기서 번 돈으로 과거엔 쓸모없는 땅이라 여겨지던 강남의 땅을 무지막지하게 사들였다. 물론 다들 아시다시피 현재 강남은 노른자 땅이 되었다.


신기하게도 이윤 영감이 땅을 소유하게 되자 기다렸다는 듯 그 질퍽한 논밭에 재개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휴지 값이던 그 땅이 현재 몇 배로 뛰었겠는가. 10배? 100배? 애석하게도 그건 우리의 계산 밖에 있는 문제였다. 가늠할 수 없단 이야기다.


어찌저찌하여 그렇게 막대한 부를 쌓은 이윤 영감은 동네에서 가장 큰 5층짜리 건물 하나를 세웠다. 다른 부자들처럼 건물에 세를 주고 노년을 편하게 지낼 요량이었나 본데, 인생사가 모두 영감의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는 듯 자꾸만 말썽을 부렸다.


그때마다 맨발로 달려오는 곳이 바로 청의 집이었다. 청이 해줄 수 있는 일은 간단했다. 영감 본인도 알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를 덮고 입에 발린 소리를 해주는 것.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이야기해주는 것.


매번 복채를 한가득 내놓아 덕분에 입에 풀칠은 좀 한다마는 한심하기 그지없는 양반이다. 이게 어디 무당을 찾아와서 해결될 일이란 말인가. 쯧. 나이만 먹었지 가끔 어린아이처럼 굴 때가 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청은 문득 휙 토라져 집을 나간 아들놈 우성을 생각했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오늘 청은 우성과 함께 동대문에 청바지를 사러 갔을 것이다. 귀찮았지만 몇 달을 조르기에 함께 가주겠노라 약속했다. 외동아들인데다 어미 없이 키워 청에게 유독 애틋한 자식이었다.


아버지와의 오랜만의 나들이라 잔뜩 들떠있던 우성은 이윤 영감과의 통화를 엿듣더니 태도가 달라졌다.


‘아버지는 항상 그래. 약속을 지킨 적이 없잖아!’


우성은 아버지의 지갑을 훔쳐서는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놈, 먼지 나도록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어찌 그렇게 버릇이 없어.”


엄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내심 마음이 불편했다. 그 두둑한 지갑도 모두 이윤 영감의 비위를 맞춰서 이뤄낸 쾌거라는 걸 어린 아들놈이 알 리가 없지. 어른들의 은밀한 일인 걸. 조곤조곤 타이를 걸 그랬다.


결국 마음이 약해진 청은 얼른 이윤 영감과의 일을 끝내고 아들을 찾아 나서리라 다짐했다.


때마침 횡단보도의 신호가 바뀌고 청이 발을 디뎠다. 그와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이들의 연령대와 차림은 다양했다. 장을 보러 나온 주부, 데이트를 하러 온 커플,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청년 등이 연이어 청을 스쳐 지나갔다.


새삼스럽게 제 고객이 운영하는 이 건물이 동네에서 얼마나 영향력이 큰지 실감했다. 나름대로 세련되었다는 인간들은 모두 오는 곳이었다.


청은 잠시 서서 건물의 전경을 올려다보았다. 왠지 모르게 어깨가 찌뿌둥했다. 머리를 관통하듯 찌릿한 두통까지 느껴졌다. 팔을 시계 방향으로 돌리던 청은 손목시계를 보다가 마지못해 안으로 들어갔다.


이 석연치 않은 기운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미처 고민을 끝마치기도 전에 청을 기다리고 있던 이윤 영감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이보게!”


어찌나 잘 먹는지 40대 초반인 청보다도 피부가 번들거리고, 머릿결에 윤기가 도는 노인이었다. 청은 그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안 오는 줄 알고 노심초사했네. 얼른 5층으로 같이 가게나.”


이윤 영감은 인사를 받아줄 여력도 없어 보였다. 청은 영감을 따라 걸으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아무리 초여름이었지만 내부는 생각보다 더 후덥지근했다. 아니, 확실히 이상했다. 아무리 덥다고 한들 외부보다 내부가 더울 리는 없으니까.


청은 영감에게 물었다.


“오늘 안이 왜 이렇게 덥습니까?”


“아, 그게 말이야. 아주 골치 아프게 됐어. 실외기 쪽에 문제가 생겼거든.”


더위는 청만 느낀 것이 아닌 듯 엄마 손을 잡고 지나가던 복숭아 같은 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익어 있었다. 이토록 큰 상점에선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고장이라도 난 겁니까?”


“그건 아니고…….”


대답을 얼버무린 이윤 영감은 아무렇지도 않게 에스컬레이터로 청을 안내했다.


“일단 올라가서 이야기하자고.”


에스컬레이터가 다소 뻑뻑하게 위로 올라갔다. 오늘은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들어맞는 구석이 없군. 모든 게 뒤틀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뒤틀린 세상에 정말 많은 사람이 바글바글 몰려 있었다. 순간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애써 참아냈다.


불안이 호흡곤란으로 발전되었을 때쯤 다행히도 그들은 목적지인 5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5층엔 온갖 식당들이 모여 있었다.


“국숫집 양반이 자꾸 헛소리를 해대서 돌아버릴 지경이야. 여차하면 영업 방해죄로 넣어버릴까 싶더군.”


고개를 끄덕이며 영감의 말을 경청하던 청은 문득 발이 아래로 쑥 빠지는 느낌과 함께 바닥으로 쓰러졌다. 놀란 청이 방금 자신이 밟은 땅을 응시했다. 의자만 한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천천히 다가가 구멍을 내려다보니 4층 사람들의 정수리가 보였다. 청이 미간을 찌푸렸다.


청과 눈이 마주친 이윤 영감은 뒤를 졸졸 따라오던 경비원을 꾸짖었다.


“업체 불러서 보수해놓으라니까 뭐 했어?”


“보수했습니다. 분명했는데…….”


“하여튼 남의 귀한 돈 받아 처먹고 제대로 일하는 놈이 있어. 그래서 내가 청 자네만 믿는 거 아닌가.”


청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건물 입구에서 느껴졌던 찌뿌둥한 느낌이 5층에서 가장 격렬하게 느껴졌다. 청이 가만히 눈을 감고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사방에서 정체 모를 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이보게, 김 사장!”


“회장님 오셨어요? 아, 글쎄 오늘은 바닥이 더 기울었다니까요.”


“됐고, 내가 청 씨를 데려왔으니까 들어 봐. 자네,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청은 눈을 떴다. 그리고 제게로 손짓하는 이윤 영감에게로 다가갔다. 국숫집 김 사장은 간절한 시선으로 청을 바라보았다. 청에게 답을 얻을 수 있기라도 하듯.


“김 사장이 요즘 과로를 한 모양이야. 바닥이 기운다느니,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느니…… 이러다 김 사장도 신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몰라. 내일은 천장도 무너진다고 하겠어.”


청이 고개를 옆으로 살짝 꺾었다. 분명 테이블은 김 사장의 말대로 꺾여 있었다. 이게 나의 환시인가. 아니면 김 사장의 말이 사실인가. 영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그때 청의 주머니로 주름이 자글자글한 손이 하나 쑥 들어왔다. 이윽고 납작하던 청의 주머니는 두둑하게 부풀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김 사장은 청의 손을 잡고 애절하게 말했다.


“용하시다고 소문나신 분이니 내 이야기 좀 들어주슈. 요즘 들어 자꾸 벽에서 ‘바지직’하는 소리가 난다니까. 내가 미치기라도 한 건가, 싶어서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보면 또 낮에는 안 들려요. 그런데 이상하게 마감 때만 되면 그 소리가 크게 들리니 환장할 것 같아요.”


김 사장이 답답한지 가슴을 퍽퍽 쳤다.


“언제부터 그런 소리가 들렸습니까?”


“꽤 됐죠. 몇 달 전부터 계속 들렸어요.”


몇 달 전이라면 이윤 영감이 청의 집을 더욱 뻔질나게 드나들기 시작한 시점이다.


“저도 귀신이 들린 겁니까?”


김 사장이 심각하게 물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니다. 청의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때 예민한 청의 귀에 다시 한번 정체불명의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벽을 보니 보일 듯 말 듯 아주 작은 균열이 나 있었다. 청이 그 틈 사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청의 의지가 아니었다. 홀린 듯, 어떤 커다란 손에 인도되기라도 한 듯 무기력하게 그 앞으로 끌려간 것이다.


순식간에 틈은 벌어져 청의 키보다도 커졌다. 그와 함께 있던 이윤 영감과 김 사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청만이 그 틈에 서 있었다. 청의 구두 바로 앞부분의 땅이 무너져 아래로 추락했다.


식겁한 청은 천천히 뒤로 향했다. 조금만 더 앞에 서 있었다면 청도 아래로 떨어졌을 것이다.


청은 로봇이 된 것처럼 딱딱하게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곧 그는 놀란 나머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아래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사람들은 ‘지옥’하면 으레 불구덩이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청의 앞엔 전혀 다른 형태의 지옥이 펼쳐져 있었다.


철근과 콘크리트 등이 사람들을 짓눌렀다. 죽어가는 사람들은 틈 사이로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그 다섯 글자가 강박적일 정도로 규칙적인 속도로 반복되었다. 그중 작은 팔 하나가 쑥 올라와 윤의 발목을 턱 하니 잡았다. 아까 보았던 그 복숭아를 닮은 아이의 팔이었다.


청은 있는 힘껏 그것을 발로 밟아 밀쳐냈다.


“이보게.”


그러나 그것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풀이라도 붙여놓은 것처럼. 경련이라도 온 듯 사지가 떨리기 시작했다. 청은 살길을 전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굴러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보게, 청!”


천만다행히도 이윤 영감이 호통을 치자 겁을 먹은 아이의 팔이 뚝 끊어져 처참하게 추락했다. 가까스로 틈 속에서 빠져나온 청이 가쁜 숨을 내쉬었다. 장거리 달리기를 한 것과 맞먹는 버거운 호흡이 이어졌다.


“제 말이 맞죠? 벽에서 자꾸 뭔 소리가 들리죠?”


심상치 않은 청의 반응에 김 사장이 따져 물었다. 청은 당장 김 사장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말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청의 반대편 주머니도 두둑해졌다. 청의 커진 동공이 이윤 영감을 향했다.


“자네 아들내미가 청바지를 갖고 싶다고 했지? 3층에 요즘 애들이 좋아하는 청바지 가게가 있는데 말이야.”


청을 구슬리는 이윤 영감의 말을 끊은 김 사장이 불쑥 끼어들었다.


“지금 청바지가 문젭니까? 난 무서워서 더는 장사 못 하겠어요! 으스스하다고요. 굿이라도 해줘요.”


“알았네, 이 사람아. 굿을 하더라도 손님이 다 빠지고 나서야 할 것 아닌가. 손님 내쫓을 일 있어?”


“약속했습니다. 오늘 영업 끝나고 꼭 해주셔야 해요.”


“암, 내가 청 씨한테 부탁한다니까.”


이윤 영감과 김 사장이 티격태격하는 동안 청은 아들 우성을 생각했다. 그러자 이윽고 이성이 돌아왔다. 그에게는 남부럽지 않게 키워야 할 아들이 있었다.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가다듬은 청이 말했다.


“잠시 컨디션이 안 좋았습니다. 별문제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정 찝찝하시면 굿은 해드릴 수 있습니다만, 일단 느껴지는 영은 없습니다.”


“봐. 내가 뭐라 그랬어! 더위 먹었으면 좀 쉬어.”


여전히 개운하지는 않았지만, 이 동네에서 신뢰받는 청의 말에 김 사장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국숫집을 나온 청은 이윤 영감을 쳐다보았다. 이윤 영감이 탐욕스러운 얼굴로 말갛게 웃었다. 순간 구역질이 올라왔지만, 청은 꾹 참아냈다.


“오늘도 고맙구먼.”


“조심하셔야 합니다. 기운이 좋지 않아요.”


“알아. 오늘 영업 끝나면 전문가 싹 부를 거야.”


청의 주위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문득 목소리를 낮춘 이윤 영감이 말했다.


“이봐. 여기서 뭔 사달이 나면 사람들 목숨도 목숨이지만 나도 아주 큰 손해를 입는다고. 여기에 들인 돈이 얼만데.”


영감에게서 받은 돈이 무겁도록 청의 몸을 내리눌렀다. 그 중압감을 견디지 못한 청은 대충 고개를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빠져나오기 위해 노력했다. 단 1초라도 더 이곳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그때, 고사리 같은 손이 청의 양복 자락을 잡았다. 처음 신을 받았을 때처럼 하얗게 질린 청이 뒤로 돌았다. 두 번째, 아니, 세 번째로 만나는 그 복숭아 꼬마였다.


“아저씨. 이거 떨어뜨렸어요.”


착한 아이는 청의 주머니에서 삐져나온 지폐를 손수 주워 내밀었다. 그 광경을 본 엄마는 감격스러운지 호들갑을 떨었다. 온 사방에 아들을 자랑하고 싶은 기색이 그득했다.


청은 무릎을 굽혀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까만 눈동자가 어릴 적 우성을 떠올리게 했다.


“착하네. 몇 살이니?”


“다섯 살.”


청은 아이의 작은 손을 어루만졌다.


“너 가져. 아저씨는 이거 많단다.”


“아니에요. 모르는 사람 돈 받지 말라고 그랬어요.”


“넌 집에 언제 가니?”


“이따가요. 엄마가 지하에서 아이스크림 사준다고 했어요.”


천진난만한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있으니 죄책감이 몰려왔다.


“이 돈으로 아이스크림은 내일 사 먹으렴.”


“왜요?”


“오늘은…….”


대화가 길어지자 이상하게 생각한 아이의 엄마가 아들의 손을 낚아챘다.


“가자. 오늘 착한 일 했으니까 아이스크림 비싼 거 사줄게. 응?”


청은 멀어지는 아이의 작은 등을 빤히 바라보았다. 슬픈 것은 아니었는데, 정체 모를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모든 참상을 뒤로하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딱 다섯 걸음 걸어 나왔을 때, 천지가 흔들리고 짙은 흙바람이 불었다. 청의 등 뒤로 조금 전까지 ‘건물’이었던 것이 폐허가 되었다. 딱 10초. 맨 위층이 아래층을 잡아먹는 데 걸린 시간이다. 10초 만에 건물은 샌드위치처럼 차곡차곡 접혔다.


도로는 마비되었고,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틈에서 보았던 아비규환이 예상보다 더 빨리 실제가 되어 나타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차가 도착했고, 그나마 운이 좋았던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밖으로 나왔다.


마치 저만 시간이 멈춘 듯 우두커니 서 있던 청이 그제야 용기를 내어 그곳을 응시했다. 철근은 이빨이 되어 사람들을 씹었고, 콘크리트는 혀가 되어 사람들을 아래로 감췄다.


어딘가에서 떨어진 국숫집 간판이 허망하게 뒹굴었다. 죄책감을 비집고 ‘나는 살아남아서 다행이다.’라는 비겁한 안도가 동시에 들었다. 모든 게 신의 뜻일 테다. 나만은 살아남으라는 계시였고. 내가 없으면 우리 우성이는 가여운 고아가 되니까.


그렇게 합리화를 마친 청은 양복에 쌓인 먼지들을 툭툭 털고 홀가분하게 앞으로 걸어갔다.


‘자네, 아들내미가 청바지를 갖고 싶다고 했지? 3층에 요즘 애들이 좋아하는 청바지 가게가 있는데 말이야.’


우뚝. 이윤 영감의 교활한 목소리가 희생자들의 비명에 섞여 들려왔다. 눈이 커지고 콧구멍이 커졌다. 청은 총이라도 맞은 듯 가슴께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3층에 요즘 애들이 좋아하는 청바지 가게가 있는데 말이야.’


그 순간 저 멀리서 어린 우성이 다다다 다가왔다.


‘3층에 요즘 애들이…….’


청은 어린 우성을 끌어안으려고 팔을 뻗었다. 그러나 아이는 그대로 아버지를 통과했고, 지옥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무리 팔을 휘저어도 남는 건 허망한 바람뿐이었다.


‘3층에…….’


안 돼.


안 돼.


청은 절규했다.


비극은 사람을 가려 오지 않는다.


어리석은 아비에게 고하노니, 어쩌면 이것 또한 신의 계시라면 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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