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백 꼭 사야 하나요?

일단 전 두 개 있는데요

by Carrie


나는 원래 명품에 무지한 사람이었다. 샤넬, 루이비통, 프라다, 구찌 등 유명한 브랜드의 이름은 들어봤지만 어떤 스타일의 제품이 어느 정도의 가격으로 책정되어 판매되는지는 전혀 몰랐다. 금전적인 여유도 없었거니와 관심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내가 명품 가방 하나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 건 20대 중후반부터였다.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지하상가, 보세 등에서 비슷한 가격대의 가방을 메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명품 가방을 구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만날 때마다 친구들의 가방은 다른 브랜드로 바뀌어 있었고, 급기야 한 친구의 결혼식에서는 나 혼자 싸구려 가방을 메고 있었다.


겉으로는 “난 명품 그런 거 관심 없어.”라며 시큰둥했지만 내 마음 한구석에는 명품을 향한 열망이 커져갔다. 워낙 타인에 대한 시선에 예민한 편이라 홀로 위축되었고, 친구들이 ‘쟨 뭘 하고 살았길래 저 나이 되도록 명품 백이 하나 없어.’라며 수군댈까 봐 전전긍긍했다. 그야말로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 홀로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스물아홉 살, 글로 돈다운 돈을 벌고 나서 처음으로 명품 백을 샀다. 100만 원대 발렌시아가 토트백이었다. 사실 명품 치고 고가는 아니었지만, 내 나름대로는 꽤나 큰마음을 먹고 샀다. 거울 앞에서 처음으로 착용했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나도 이제 명품이 있는 사람이야. 꿀릴 거 없다고.


친구를 만나는 날, 이성과 데이트를 하는 날, 경조사가 있는 날 등 그 가방은 나의 신체 일부분이 되어 함께 살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내 첫 명품 가방은 서서히 낡아갔고, 나의 관심은 점점 멀어졌다. 자연스럽게 그다음엔 다른, 조금 더 고가의 가방이 사고 싶어 졌다.


사진 출처 : 나


바로 이 200만 원대의 루이비통 버킷 백이었다. 어릴 적 다른 세상 것이라 여겼던 ‘루이비통’ 가방이 내게로 떨어진 것이다. 사진으로만 보던 커다란 상자와, 쇼핑백, 그리고 특유의 로고를 실제로 어루만지고서 내가 아주 성공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처음 발렌시아가를 샀을 때만큼 감흥이 오래가진 않았다. 몇 번 메고 나자 루이비통 버킷 백과 나의 사이는 소원해졌다. 결국 버킷 백은 발렌시아가 토트백의 옆자리에 앉아 그저 ‘보관’됨으로써 그 소명을 다하고 있다. 현재 말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의미다.


내가 가장 애용하는 것은 돈이 없던 때와 같이 에코백이었다. 구겨져도 괜찮고, 때가 타도 괜찮고, 이것저것 담을 수 있고, 무엇보다 내게 가장 중요한 노트북을 넣을 수 있는 에코백 말이다. 그래. 나는 에코백과 제일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그제야 나는 나의 기호를 깨달았다. 그 직후 구매하려고 고민 중이었던 샤넬 크로스백을 고이 다른 사람에게 보내주었다.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을 땐 에코백을 메고 다니는 스스로가 그렇게 초라하게 느껴지더니, 막상 명품 백을 소유하고 나니 ‘에코백이 편하긴 하지.’하고 납득이 되었다. 그러니까 애초에 내 마음 문제였던 것이다. 내 마음이 못나고 나약했던 탓이었다.


물론 돈이 아주 차고 넘치면 명품 가방을 여러 개 구매할 수도 있다. 넓은 드레스룸에 전시해놓고 매일 새로운 가방을 골라 메는 즐거움을 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적은 예산으로, 다른 중요한 것을 포기해가며, 또는 빚을 내가며 살 정도의 가치가 있냐고 하면 그건 절대 ‘NO’다. 아마 허리띠 졸라가며 갚는 할부가 끝나기도 전에 가방에 대한 애정은 식을 테니까.


분명 그 거액으로 우린 더 중요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테다. 예를 들어, 나는 샤넬 백을 사려고 했던 돈으로 오래된 노트북을 교체하려고 한다. 앞으로의 내 일과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명품 백보다는 훨씬 더.


사진 출처 : 픽사베이


그래서 결론은, 명품 백을 꼭 사야 하냐고?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명품 백은 생활의 필수품이 아니다. 우리의 만족을 위한 사치품이다. 그러니 반드시 사야 할 이유도, 또 반드시 사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다. 고민하고 있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답은 달라질 수 있다.


정말 나를 위한 선물을 사주고 싶고, 그로 인해 내가 열등감에서 탈출해 행복해질 수만 있다면 사는 걸 추천한다. 이 글은 무조건 ‘명품 백 타도’를 외치자고 쓰는 글이 아니다.


다만 불필요한 물건처럼 느껴지는데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지위 때문에 갈등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굳이 살 필요 없다고 말을 해주고 싶다. 만약 명품 백이 없다고 무시하는 지인이 있다면, 무리한 지출보다는 인간관계를 끊어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사람은 명품 백을 사도 겨우 그것뿐이냐며 무시할 사람이니까.


가방은 우리가 외출할 때에 물건을 담아 손을 자유로이 해주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수단의 가격이 우리의 위치와 인생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가방이란 수단의 본질적인 기능을 상기한 채 슬기로운 소비를 하기 바란다. 우리가 번 돈은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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