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만으로 충분할까, 아니면 살아내야 할까
며칠 전 독서모임에서 각자 가져온 책을 이야기하다가, 한 친구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책은 많이 읽는데, 정작 내 삶은 왜 그대로일까?”
그 말이 마음에 깊이 박혔다.
책을 읽고 감동받은 순간도 많았고, 문장을 필사하며 눈물이 났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감동이 얼마나 내 삶을 바꿨을까?
문득, 나는 ‘읽는 나’와 ‘사는 나’ 사이의 거리를 실감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책을 여러 이유로 읽는다.
감정을 위로받기 위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삶을 바꾸기 위해.
하지만 목적이 다르면 독서의 방식도 달라야 한다.
실용서라면 행동으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다.
요리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따라해보는 게 완성이다.
자기계발서는 읽는 순간보다, 읽고 난 다음이 더 중요하다.
소설은 감정에 스며드는 예술이다.
인문·사회서적은 사고를 확장시키지만, 결국 그 지식은 ‘적용’되지 않으면 사라진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고 깊은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그가 죽음 앞에서 진짜 삶을 돌아보는 장면은, 내 일상에도 의문을 던졌다.
하지만 며칠 지나고 나면, 그 감동도 옅어진다.
결국 실행되지 않는 감정은 희미해진다.
책은 결국 ‘읽었다’보다 ‘살아냈다’가 되어야 한다.
혼자 책을 읽을 때는 내가 이해한 만큼만 책이 다가온다.
하지만 함께 읽으면 다르다.
누군가는 내가 흘려버린 문장을 깊이 기억하고, 누군가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책을 해석한다.
그 과정에서 나는 새로운 시선, 다른 해석, 그리고 작은 행동의 실마리를 얻는다.
지식을 쌓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 지식을 통해 나의 생각, 행동, 삶이 달라지는 것이다.
많이 읽는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조금 읽더라도, 단 하나라도 실행한다면, 그 책은 내 삶을 바꿨다 말할 수 있다.
우리에게 책이 필요한 이유는 많다.
하지만 나는 이제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책을 읽는 이유는, 결국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다.
읽고 감동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그 감동의 조각 하나라도 일상에 붙잡아두는 것.
그게 진짜 독서다.
읽는 것보다 중요한 건, 읽은 것을 ‘살아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