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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

어차피 말해도 관심 없을걸

by Carroty

우연히 박진영이 아는 형님에 나와 한 말을 들었다. 흰머리가 나지 않고, 주름이 없어졌다는 이야기였다. 그가 그렇게 한 이유는 좋아하는 춤을 더 오래 추기 위해서. 이에 출연자들은 ‘뭘 먹었냐’라고 물었고, 그는 ‘좋은 걸 먹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안 좋은 걸 안 먹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하는 내용이었다. 순간 나의 삶의 태도를 반추하게 되었고, 지연성 알레르기로 먹지 않아야 할 유제품과 계란을 신나게 먹었던 지난날의 내가 떠올랐다. 그래서 ‘흔한 단어’ 연재분에 냅다 「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 시즌2」를 연재하겠다는 의지를 넣어 발행해 버렸고, 이는 이미 타인과의 약속까지 되어버렸다.


마음먹은 첫날부터 상큼하게 몸무게를 재고, 공복혈당을 재고, 클린 한 식단으로 먹으면 참 좋았겠다. 이게 가능했다면, 우리는 12월 31일 자정에 종소리와 함께 새로운 사람으로 몇 번이고 태어났을 것이다.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않은 건 아니었고, 현대인의 동반자 Chat GPT와 어떤 방식으로 생활 방식을 변경하면 되는지 논의도 마쳤다. 그렇지만, 오늘은 매우 흐렸고 나는 유달리 피곤했으며, 열흘동안 매일 30분 이상 산책을 했고 등등 오만가지 이유를 들어가며 침대와 진한 애정을 나눴다. 그러다 보니 과자도 한 봉지 먹고 싶어 졌고, 여차저차 평소의 삶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래서 나는 ‘아, 오늘은 평소처럼 지내서 내가 하루에 얼마나 많이 먹는지 파악하는 날로 삼으면 되겠구나!’라며 긍정 회로를 돌렸다.


나의 첫 끼는 오후 12시에 시작했고, 간식은 오후 4시~5시. 그리고 저녁을 건너뛰고 오후 11시에 야식을 먹었는데, 이는 늦은 퇴근을 하는 남편과 저녁 시간을 맞추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저녁 늦게 먹는 게 공복혈당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해서 일반적인 저녁 시간에 밥을 먹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꼭 야채고기찜을 먹을 때 밥을 먹지 않고, 나중에 탄수화물을 더 먹고 싶어 하는 이상한 습관이 있어서 먹기 싫어도 밥을 소량씩 꼭 챙겨 먹기로 했다. 이는 아침식사도 예외는 아니고, 아침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줄어들지 않는 기적을 보이고 있는 단백질 셰이크를 먹어서 간편함과 소비촉진 두 마리 토끼를 다잡기로 했다.


변명인 것 같지만, 나는 일전에 소개한 질병에서 추가적으로 질병이 늘어났고 주변에서 칭하길 소위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잦은 병치레로 듣던 말인데 20년이 넘게 그 별명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참에 건강도 찾고, 체중도 줄이고자 한다. 사실 가장 큰 건, 남편 몰래 다이어트를 성공해서 크게 한 방 먹여보고 싶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 시즌2. 이번엔 진짜 성공한다. 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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