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

극강의 예민 보스, 널 어떻게 해야 하니

by Carroty

공복 혈당을 측정할 때마다 왼손을 찔러서 오늘은 오른손을 찔러봤다. 133mg/dL 이 나왔다. 이럴 리가 없는데, 오른손으로 바꾸면서 뭔가 잘못된 거라고 생각했다. 다시 왼손 중지를 찔렀다. 이번에는 142mg/dL 이 나왔다. 알코올이 덜 말랐던 걸까, 기계가 고장 난 걸까. 의심은 꼬리를 물었지만 수치는 변하지 않았다. 141mg/dL.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왕이면 처음에 받아들일걸 그랬나 보다.


110mg/dL 정도로 떨어져서 안정화되는 줄 알았던 공복혈당이 다시 140mg/dL을 넘어섰다. 충격적이었다. 마음을 추스를 겸 반려견 봄비와 산책을 하면서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요인은 다음과 같았다.

1) 오후 6시 이후 공복

분명 어제 오후 6시 이후에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너무 오랜 공복으로 인해서 새벽에 혈당이 튀었을 수 있었다. 이건 일전에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할 당시 깨달은 사실이다.

2) 평소보다 많은 운동량

어제 역에서 집까지 걸어오느라 40분, 봄비와 산책하느라 40분, 총 80분. 평소보다 많은 산책으로 피곤했고, 아침에 일어날 때도 몸이 무거웠을 정도였다. 폼롤러로 종아리를 풀어주다 잠들었는데도 부족했나 보다.

3) 저하된 수면의 질

운동 후 씻고 나도 모르게 잠들어 버렸고, 한 시간을 잤다. 때문에 밤 잠에 들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새벽 3시쯤 겨우 잠들었다. 새벽 6시 30분쯤 양압기를 빼고 다시 잠들었는데, 그 때문에 수면의 질이 떨어진 상태로 계속 잔 것 같다. 수면의 질이 떨어질 때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어 혈당이 올라가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운동을 많이 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정신뿐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간과했다. 내 몸인데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놓치고 있는 것들이 많고, 고려해야 할 요소도 수두룩하다. 건강할 땐 '적게 먹고 운동하면 빠진다'는 단순한 방정식이 통했지만, 지금의 나는 더 복잡한 수학문제 앞에 서 있는 것 같다. 답은 서두르지 말고, 가만히 귀 기울일 때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학창 시절에 친구들이 뒤에서 선생님 몰래 알려주는 것처럼, 내 몸도 은근슬쩍 알려주지 않을까.


20250922 (1).jpg


keyword
이전 04화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