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is coming
추석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인스타그램의 광고 알고리즘이 변했다. 요즘 딱히 검색하는 것도 없어서 그런 건지 떡, 송편, 반건시, 곶감 등 추석 먹거리로 도배가 되고 있는데 문제는 보면 다 먹고 싶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칸쵸가 마케팅을 잘해서 칸쵸를 사 먹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나도 진작에 세 박스나 사 먹었을 정도. 이렇듯 인스타그램만 열면 먹을 것 투성이라 보이는 족족 뇌에서 '나도 저거 먹고 싶어'라고 외치기 때문에 대환장 파티다.
요즘 특히 당기는 음식은 포카칩이었는데, Chat GPT한테 이런 나의 증상을 말하니까 '대체할 수 있는 음식을 찾아줄까?'라며 시키지도 않는 짓을 해서 '김부각'을 말했다. 가끔 쓸모없는 거짓말을 하는 이 AI 녀석이 내 뇌에 김부각을 각인시켜 버렸다. 나는 김부각이 제어가 안되니까 그 음식만큼은 안된다고 하니까, 그럼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놓으라는 등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했다. 소분은 남아야 가능한데, 김부각은 어떤 용량이든 열면 순식간에 사라진다. 게다가 기름 냄새가 나지 않는 맛있는 것은 값도 비싸서 (한 봉지에 1만 원 정도) 자주 사 먹을 수도 없다. Chat GPT는 결국 개인적인 궁금함까지 해소하기에 이르렀는데, 내게 김부각을 다 먹고 난 뒤에 떠오르는 감정이 뭐냐고 물었다.
우리의 결론은 아예 김부각을 만나지 않는 것. 과자도 마찬가지였다. 젤리는 소화가 잘 되지 않아서 피하고, 단 건 20대 때 이미 질리도록 먹어봐서 그런지 지금은 바삭하고 짭짤한 것이 좋다. 어쩌면 이건 결혼하면서 남편 때문에 입맛이 바뀐 건지도 모른다. 남편은 단 것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같이 먹다 보니 이렇게 된 걸지도 모른다. 대신 나는 남편에게 로이스 생초콜릿, 초코송이, 아몬드 빼빼로 등 달달한 간식을 많이 전파하긴 했다.
결국 실컷 과자를 이야기한 반작용 때문일까, 칸쵸를 사서 나눠 먹었다. 딱 다섯 알만 집어먹었는데 과자를 한 상자 다 먹었을 때보다 만족감이 컸다. 샤인머스켓도 한 송이 거하게 놓고 남편과 뜯어먹을 때보다 5~7알 정해 놓고 먹는 요즘이 더 소중하고 맛있게 느껴졌다. 양껏 먹을 수 있을 때가 더 행복한 줄 알았는데, 못 먹는 줄 알았다가 조금만 먹으니 오히려 더 달콤했다. 풍족할 땐 몰랐던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