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 양상에 접어들면서 러시아는 전황이 불리할 때마다 핵무기 사용을 거론하고 있다. 핵 문턱을 낮추려고 시도하는 것뿐만 아니라,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지르콘 극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하고 슈퍼 핵 추진 어뢰에 탑재할 핵탄두를 생산하는 등 무기 선전을 펼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재래식 무기 싸움에서 패배했을 경우 핵무기에 손을 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이에 미국 핵과학자회도 지구종말시계의 시간을 10초 앞당겨 전술핵무기 사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리고 최근, 러시아 함대가 핵무기를 싣고 출항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소련 붕괴 이후 첫 사례
서방에 대한 불만 표출
현지 시각으로 지난 14일, 노르웨이 군정보국은 러시아 북방함대 군함들이 전술핵무기를 탑재한 채 배치되었다고 전했다. 노르웨이 군정보국은 연례 보고서에서 “러시아 함대가 핵무기를 탑재한 것은 30여 년 만에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라며 “핵전력의 핵심 요소는 잠수함과 수상함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냉전 시기 소련 북방함대는 종종 핵무기를 싣고 출항했지만, 이번 배치는 러시아 연방이 수립된 이후 최초의 사례라고 한다. 보고서는 러시아의 이 같은 결정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반응에서 기인했다고 서술하며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핵사찰 거부하는 러시아
앞으로도 개발 지속할 듯
노르웨이 군정보국 보고서는 러시아가 향후 몇 년 동안 핵무기를 추가로 개발하며 전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이에 대해 “재래식 능력이 약화함에 따라 억지력을 위한 러시아의 핵무기 중요성은 크게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과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에 따른 핵사찰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2010년 체결한 뉴스타트에 따라 양국은 핵탄두와 운반체를 일정 수 이하로 감축하고 상호간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해 협정 준수 여부를 확인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를 통해 미국에 대한 불만을 표하고 있으며, 미 국무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미국이 주도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핵 전쟁 가능하다”
스피커들의 말말말
러시아 스피커들의 핵무기 거론 역시 핵 위협을 고조시키는 요인이다. 대표적 인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재래식 전쟁에서 핵보유국이 패배하면 핵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라고 말해 화제가 되었다. 그는 지난 4일에도, “우리는 공격 수단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라며 “위협 성격에 맞춰 모든 종류의 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방송 진행자들도 핵무기 사용에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국영TV 진행자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는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면 서방은 잿더미가 될 것”이라고 협박했고, 최근 또 다른 진행자 세르게이 마르단은 “러시아도 북한처럼 핵 위협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라고 주장해 논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