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 시에나(Almost Blue)
훈은 다시 자신의 잔으로 시선을 돌렸다.
황금빛 투명한 액체가 위스키잔의 표면을 따라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황금빛이 감도는 유려한 선은 몇 달 전 잠시 만났던 젊은 여인의 몸을 떠올리게 했다.
짧았지만 강렬했던 만남.
훈은 잔에 담긴 위스키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마치 스커트 속에 매혹적인 골반을 감춘 채, 뜨거운 본능을 조용히 숨기고 선 아름다운 여인 같다고. 그는 천천히 잔을 들어 그 뜨거운 본능을 입 안에 머금었다.
몰트의 깊고 짙은 단맛이 그의 안으로 조금씩 스며들었다. 어디에도 머무르지 못한 사람의 혀끝에 남은, 뜨겁지만 쓸쓸한 여운과 같은 맛이었다.
훈은 요즘 자신이 젊은 여자에 더 집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그들이 특별히 더 아름답거나, 더 매력적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단지 그게 좋았다.
'스물한 살쯤의 순수함.'
아직 아무것도 모를 때.
인생도, 사랑도, 자기 자신도.
그렇기에 그들과 관계를 맺을 때면, 온전히 서로에게만 몰입할 수 있었다. 그저 손끝을 따라 움직이는 본능에 집중한 채 서로 눈을 맞추고, 입을 맞추고, 숨결을 섞었다. 그리고 그런 순간에는 세상의 다른 일들이 머릿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만 같았다. 눈앞에 있는 여인의 표정, 숨결, 움직임 그리고 몸을 타고 흐르는 감각들. 온전히 그의 존재와 움직임에만 반응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 그 잠깐 동안의 관계 안에서 그는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2화. Almost Blue
바 안에는 이제 쳇 베이커의 <Almost Blue>가 흐르고 있었다.
스피커에서 작게 흘러나오는 트럼펫의 고독한 선율이, 조용히 훈과 P 사이의 공간을 채웠다.
훈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
“스물한 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지 않으세요?”
P는 술잔을 가볍게 흔들다 멈췄다. 그리고 가늘게 웃었다.
그 웃음에는 말을 대신한 듯한 동의가 담겨 있었다.
훈이 붙잡고 있는 감정을 이미 오래전에 건너온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이해이자 공감의 모소였다.
잠시 후 P가 위스키 잔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스물한 살 때… 아주 좋은 추억이 있으신가 보네요."
훈은 답하지 않았다.
그의 말은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는 질문처럼 느껴졌다.
훈은 다시 자신의 잔으로 시선을 돌렸다.
황금빛 위스키가 잔의 곡면을 따라 부드럽게 흘렀다.
그리고 유려한 곡선은 몇 달 전 잠시 스쳐간 젊은 여인의 몸선을 떠올리게 했다.
짧았지만 강렬했던 만남이었다.
훈은 잔에 담긴 위스키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마치 노란 스커트 속에 매혹적인 골반을 감춘 채, 뜨거운 본능을 조용히 숨기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 같다고. 그는 천천히 잔을 들어 그 뜨거운 본능을 입 안에 머금었다.
몰트의 깊고 짙은 단맛이 목을 타고 스며들었다.
어디에도 머무르지 못한 사람의 혀끝에 남은, 달콤하지만 쓸쓸한 여운 같은 맛이었다.
그는 문득 생각했다.
‘스물한 살의 봄, 그때도 이토록 달콤하고 쓸쓸한 향이 있었던가.’
훈은 요즘 자신이 젊은 여자에 집착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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