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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연표류자 Sep 22. 2023

이파리들의 목소리

[8주차] 2023년 4월 24일

가지만 달려 있던 나무에 작은 망울들이 듬성듬성 달리더니, 어느새 잎들이 서로 다닥다닥 붙어 빈틈을 빼곡히 메웠다. 나무 바로 아래에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잎들이 서로 앞다투어 경쟁하듯 하늘을 가득 메워 빈틈 없이 채우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무는 그 좁은 빈틈을 조금이라도 더 메우려 움찔거리고 있을 것이다.


오늘은 나무가 내는 소리에 집중해 보았다. 제법 무성해진 이파리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서로 부딪치며 사그락사그락 소리를 내었다. 그 소리는 이파리들이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 소리 같기도 하고, 바람의 인사에 반갑게 답하는 소리 같기도 했다. 바람이 거세지자 이파리들은 서로 더욱 격렬하게 몸을 부딪치며 서그럭서그럭 소리를 내었다. 가지들도 바람의 흐름을 따라가고 싶은지 함께 덩실덩실 몸을 흔들었다.


이파리들이 말을 한다면, 그래서 이파리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어떨까? 나는 이파리들이 말을 한다면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 아주 조심스럽게, 사그락거릴 것 같다. 이파리들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에게도 무언가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귓가를 간지럽히는 이파리들에게 나도 나의 하루를 이야기해주고 싶어졌다.


이파리들의 작은 목소리는 나무의 뿌리까지 전해질 수 있을까? 오늘 내가 들은 소리를 나무의 뿌리에게도 들려주고 싶다. 아마 뿌리도 이 소리를 참 좋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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