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희구 May 21. 2023

퇴사한 지 일주일

5월 21일의 기록

무한도전 짤. 육체의 피로는 퇴사 전이나 후나 비슷한 것 같지만, 확실히 "피곤해!"를 직접 외치는 횟수는 퇴사 후 현저히 줄었다. 



퇴사한 지 일주일 째다. 그간 나의 시간은 짧고도 길게 흘렀다. 마음속으로 결심만 했던 나들이를 다녀오고 대청소를 하다 보니 시간이 정신없이 흘렀다. 덕분에 학원에 마지막으로 출근한 날 느꼈던 갖은 사사로운 감정은 잊을 수 있었지만 반대로 일을 안 한지 꽤 시간이 흐른 것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나의 시간은 딱 예상한 만큼 흘러가는 듯하다. 결심만큼 알차지는 못하고 그렇다고 텅텅 비우지는 못하고. 어정쩡한 상태. 나는 이 모호함에 진작 익숙해졌지만 동시에 변화를 갈망한다. 오늘의 휴시休時는 그런 갈증을 해결하기 위함이지만, 나는 마침내 개운하면서도 두렵다. 내 삶은 도전과 실패, 그리고 좌·우 경로 변경의 중첩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월과 경험의 두께가 나를 단련시킨 덕에 실패가 두렵지는 않다. 다만, 나는 내가 도전하지 않을까 두렵다. 


초조함을 달래기 위해 오늘 내가 붙잡고 있는 말은 학생들이 내게 마지막으로 건넸던 인사다. “그동안 즐거웠어”라는 나의 말에 한 학생은 “저도요”라고 답했다. 매우 간결한 대답이지만 “네”가 아닌 “저도요”라는 호응에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지 알기에 그때도, 지금도 그 친구에게 감사하다. 한 학생은 “그동안 가르쳐주셔서 감사했어요”라며 어렵고도 수줍게 말을 전했고, 또 다른 학생은 말없이 내게 커피를 건넸다. 뇌리에 박힌 이 장면이 얼마나 오래 내게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추억 또한 닳는다고 여기는 사람이다. 기억은 세월을 통과하며 희미해지거나 왜곡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당분간 이 기억이 내 정신적 양분이 되리라는 건 자명하다. 더 이상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자주 돌아보고 힘을 얻을 것이다. 챌린지 모드 온(on)이올시다. 


매거진의 이전글 좋은 소식도 타이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