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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구 May 07. 2023

좋은 소식도 타이밍

5월 7일의 기록

이번에도 신서유기 짤. 사진 크기가 생각보다 크지만 그만큼 내 마음을 대변하는 물음표 크기도 크니까 잇츠 귯


봄이라기엔 쌀쌀한 기온이 제법 오래 이어지고 비도 추적추적 내리건만 확실히 봄은 봄이다. 몇 안 되는 지인들에게서 결혼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한데 오늘 받은 청첩장의 발신인은 얼굴을 못 본 지 족히 14년은 된 사람이다.

그 와중에 서로 안부 인사를 주고받은 적을 따진다면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아니다. 서로의 안위를 묻고 염려하는 인사를 한 적이 있기나 했던가....? 내 머릿속엔 확실히 없다.

스무 살 무렵 잠깐 연락을 했었고, 대략 5년 전 서로 아는 지인의 결혼식 때문에 딱 한 번 연락을 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서로 어떻게 사는지 모르는 채로 지냈다. 내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안녕! 오랜만이야. 잘 지내고 있니?’라고 먼저 물어본 뒤, 실제로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답을 듣고 청첩장을 보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잘 지내지? 나 결혼해~’라고 톡을 보내왔다.  

축하한다고 답장을 보냈지만 심란했다. 내가 정말 기쁜 소식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이 맞나? 수년간 서로 어떻게 사는지 몰랐는데 불쑥 결혼 소식을 보내도 괜찮을 만큼 내가 그에게 가까운 사람이었나?? 내가 진짜 식장에 나타나면 그 어색함을 어떻게 견디려 그러는 거지???


무심한 옛 친구 덕에 얻은 오늘의 교훈은, 좋은 소식이 무작정 기꺼움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곱게 건네야 한다. 상대가 진정으로 좋아할 수 있도록.

나란 인간은 평소 포장의 중요성을 잘 몰랐는데. 잘 기억해 뒀다가 실천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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