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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D-17~13] 퇴사가 머지않았던 1주일의 기록

(구) 마케터 (현) IT 대기업 기획자의 대퇴사 여정기 - 5

by 제이미

[2023.03.20]


이제 퇴사가 1n일 남았다.

그렇지만 회사는 여전히 바쁘게 굴러가고, 나도 여기저기 미팅을 들어가고 있다.


월요일 오전은 대개 미팅이 없고, 오후가 바쁜 편인데

오늘도 역시 오후에 기획, 개발간 미팅이 있는 날이었다.

안건은 '스프린트 미팅 효율화'였고, 지난 주 한번 사전 논의를 했던 주제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스프린트 미팅 일정 변경

배포 리스트 관리 툴 변경

릴리즈노트 작성 페이지 관리


위 3개 주제에 대한 논의를 30분 정도 짧게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미팅 일정에는 큰 변경이 없었지만

구글 시트에서 관리하던 배포 리스트를 jira를 통해 관리하자는 의견을 수렴하여 쉽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이고

개발자들이 스프린트 배포 후, 릴리즈노트를 작성할 수 있는 공간을 생성하려 한다.


임시로 몇달 간 스프린트 미팅을 주최하면서,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퇴사를 앞둔 시점에서야 이를 개선하게 되어 시원섭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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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1]


1주일에 한번 돌아오는 오프라인 출근일.

우리 회사는 휴가를 익년 3월말까지 사용할 수 있어서, 남은 휴가를 소진하는 동료들이 많은 시기이다.

오늘도 사무실은 평소보다 꽤나 널널했고, 우리 파트도 절반 가량만 출근을 했다.

사람이 없으니 프로젝트도 거의 일시정지 상태라, 주간 회의도 간략하게 진행해고 내 업무 인수인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점심은 그동안 협업을 했던 디자이너 분과 함께했다.

약 1년간 호흡을 맞춘 터라 이제 손발이 척척 맞는 느낌이었는데, 헤어짐이 가장 아쉬운 동료였다.

역시나 그분도 만나자마자 '어딜 그리 급하게 떠나냐'며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그동안 내가 마음고생했던 걸 대충 알고 계셨기 때문에 결국 마음을 다한 응원을 전해주셨다.


식사를 하면서 각자 예전에는 어떤 팀에서 일했고,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힘들었던 점이 정확히 일치해서 신기했다. 역시 이 회사의 가장 큰 문제가 뭔지 다시 한번 깨달음.

나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많이 떠나가지 않게 회사에서도 같이 고민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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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2]


매주 수요일 진행되는 스프린트 배포.

오늘은 서비스 연동 작업이 꽤 큰 규모로 배포되는 날이라 내내 정신없는 하루였다.


한가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플랫폼(우리팀)과 연동 서비스(타팀)가 일정에 따라 촘촘한 배포를 진행해야 하는 작업인데도

타팀의 기획자와 우리 팀 담당자의 소통이 잘 되지 않아서 배포 순서가 꼬일뻔 했다는 것?ㅋㅋ


11시가 타팀 / 1시가 우리 팀의 배포 시간이라고 하면

12:55분 정도가 되어서야 타팀의 일정이 연기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확인하지 않고 우리가 바로 배포해 버렸다면 프론트엔드에서 예상치 못한 이슈가 발생할 뻔 했다.


그래도 다행히 걱정했던 이슈는 발생하지 않았고,

배포가 끝난 후 정기 미팅도 순탄하게 끝났다.


정기 미팅에서는 '나의 퇴사 소식'도 직접 공유하게 되었는데

첫 퇴사라 그런지, 아직도 퇴사가 실감이 나지 않는 상태에서 멤버들에게 소식을 알리게 되니 더더욱 어색하기도 했고...

15명 남짓한 프로젝트 멤버들이 수고하셨다며 모니터 너머 박수를 쳐주시는데 기분이 굉장히 싱숭생숭했다.

그래도 좋은 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행복했다는 진심어린 말을 마지막으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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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3]


이번주는 목요일에도 사무실 출근을 했다.

1) 프론트엔드 개발 담당자 분들과 티타임

2) 인사팀 면담이 남아있었기 때문.


1) 프론트엔드 개발자 분들은 총 4명인데, 내가 (얼떨결에) 스프린트 미팅을 맡게 된 시점에

프론트엔드 담당 파트도 새롭게 꾸려져서 같이 합을 맞추며 프로젝트를 일궈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크루분들도 있었는데, 신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다들 실력자이기도 하고

기획 초짜인 나도 잘 이해할만큼 설명을 아주 잘 해주셔서 너무 든든했다.


그리고 개발 파트 리더분에게도 정말 많이 의지했다.

기획 파트장의 부재로 기획 초짜인 내가 스프린트 전체를 책임지게 된 상태라

일정 관리, 우선순위 결정 등이 너무 어려웠는데 항상 젠틀하게 의견을 먼저 공유해주셨고,

서비스 개선을 위한 의견도 많이 주셔서 그간 프로젝트가 잘 유지될 수 있었기 때문.


감사한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니 퇴사한다는 게 많이 아쉬워진건 사실이다.

이렇게 좋은 동료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돌고 돌아 어디선가 다시 꼭 만나요!


2) 인사팀 면담은 간결하게 진행되었다.

역시 퇴사 면담을 많이 진행하셨던 분이라 그런지 아주 능수능란하게 면담이 끝났다.


퇴사 이유

개인 휴식이 필요하다면 휴직을 생각하진 않았는지?

마지막 출근일 / 실제 퇴사일 확인

퇴직금, 휴가, 급여 등 정산에 대한 안내

개인 휴식 후 동종업계로 재취업 의향이 있는지? 등을 주로 물어보았고


마지막으로 회사에 바라는 점을 물어봤는데, 사실 솔직하게 말하진 못했다.

할말은 많지만 굳이 하지 않음.. 그냥 다른 동료들이 잘 일할 수 있는 환경이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만 남겼다.

직속 조직장 - 최종 조직장 - 인사 면담까지 끝나니

더이상의 면담은 없을 거라고 친절히 안내해주셨는데, 드디어 이 모든 게 실감나며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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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4]


오전에 짧은 미팅만 진행하고, 오후엔 진행 중인 업무 체크를 잠시 하다 휴가를 사용했다.

앞으로 우리 서비스를 담당해주실 담당자분과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고, 가이드를 다듬기 위한 미팅을 진행했는데

떠나는 입장이 되니 그제서야 새로운 의견들이 떠오르는 아이러니함..�


이번 1주일간 사무실 출근도 평소보다 많이 하고,

여기저기 인사하고 만날 사람이 많았다보니 피곤이 쌓였는지 오후가 되자 몸이 너무 피곤했다.

휴가를 쓰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퇴근 후 짧은 낮잠을 잤다.


피곤이 좀 풀리고 나니 문득 퇴사하면 낮잠도 자고, 뒹굴뒹굴거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는데

분명 나는 부지런히 움직일거란 걸 알기 때문에! 더이상 걱정하지 않고 불금과 주말을 즐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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