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함께 읽을 때 그 맛이 또 다르다.
"절대 9시 이후에 아빠 있는 데로 오면 안 돼!"
"왜?"
"아빠 온라인 독서 모임 하는 시간이야."
거의 10년 전 가입만 하고 오가는 대화(메일)만 모니터링하고 있던 (구글) 그룹에서 온라인 독서토론을 모집하는 포스트가 올라왔다.
연초부터 독서모임을 하나 정해서 나가보려고 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면서 독서모임은 당분간 불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온라인 독서모임이라면 상관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책은 업계(IT 프로젝트)의 고전 필독서, 내가 'PM이 하는 일'에서도 언급한 바 있었던 <피플웨어>였다.
바로 참여한다고 신청했다. 다행히 모집 인원수 안에 들어서 멤버 안에 들게 되었다.
곧 단톡 방이 하나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참여하려고 했으나 이후 상황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이 몇 명 빠지고 나니 8명이 남았다. 독서모임으로는 다소 많은 편이라 생각했지만, 경우에 따라 참석 못하는 사람도 있고 한다면 적당한 인원이다.
첫 모임은 화상회의 솔루션 테스트 겸 자기소개 정도만 진행하기로 하고 모일 수 있는 사람들만 모이기로 했다. 각자 사용해본 화상회의 툴이 다르고 유료 라이선스 문제도 있어서 무료로 가능한 툴을 찾다 보니 결국 몇 명은 사용해보지 못한 툴을 쓰기로 했다. 본 모임 때 문제가 되면 안 되니 미리 테스트해보기로 한 것이다. 저녁 8시 반부터 한두 명씩 화상 채팅방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9시 정도가 되자 사정상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6명이 참석했다.
지방까지 내려가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지방에서 접속하는 사람도 있었고, 회사에서 접속하는 사람, 나처럼 집에서 접속하는 사람, PC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접속한 사람 등 다양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모였다. 오프라인 모임이 힘들어서 만들어진 온라인 독서모임이었지만, 어쩌면 온라인이 아니고서는 모일 수 없는 사람들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독서모임을 멤버를 모집한 그룹이 XP(eXtreme Programming) 사용자 모임이라서 그런지, 나를 포함해 PM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세명, 두 명은 애자일 코치, 한 명은 스타트업 창업자였다.
인력 관리 방법론과 철학에 대해 고민하고자 여러 상황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대견해 보였다.
돌아가면서 각자 자기소개를 하고, 이어 이 독서모임에서 얻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지금 내가 프로젝트 관리자로서 하고 있는 일들이 과연 옳고 잘하고 있는 것인지 되돌아보기 위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방송사고(?)가 났다.
다섯 살짜리 아이가 있다고 소개했던 한 멤버 화상 카메라에 그 아이가 갑자기 들어왔다. 아빠는 당황했지만 입으로는 말을 이어가며 손으로는 아이를 잡고 더 이상 PC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았고, 다른 멤버들은 순간 놀랐지만 곧 웃으며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 줬다.
재택으로 생방송 중인 외국 특파원 방에 아이들이 뛰어든다거나, 화상 미팅 중 모르고 지나가는 속옷 차람의 가족이 찍히는 등의 유머 화면들을 봐온지라 시작 전 내 아이에게 미리 주의를 주었던 것인데, 다른 멤버의 아이가 장난스러운 사고를 낼 줄은 몰랐다. 아이의 등장은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분위기를 부드러운 분위기로 바꾸는데 일조한 것 같다. 그 아이는 아빠의 품에서 모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정식 모임은 다음 주부터 진행하기로 하고, 독서토론 방식을 정한 다음 멤버들이 off 하면서 모임은 끝났다.
책은 함께 읽을 때 또 그 맛이 다르다. 한동안 독서모임에 참여할 기회가 없었는데 매주 여러 사람들을 (온라인으로) 만나 읽고 느낀 것들을 나눌 것을 생각하니 즐겁다.
첫 모임이 끝나고 거실로 갔더니 아이가 내게 말했다.
"나 아까 아빠가 자기소개할 때 뒤에서 잠깐 고개 내밀었었다!!"
0. 온라인 독서모임을 시작하다
1. <피플웨어> 1부 인적 자원 관리
2. <피플웨어> 2부 사무실 환경
3. <피플웨어> 3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라
4. <피플웨어> 4부 생산성이 높은 팀으로 양성하기
5. <피플웨어> 5부 비옥한 토양
6. <피플웨어> 6부 여기서는 일이 재미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