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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이양 May 30. 2020

사랑에 빠지게 되는 사소한 계기들

사랑에 빠지는 건 쉽다. 어려운 건 그 사랑을 지켜내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한테 끌린다거나 반하게 되는 이유들은

생각해보면 어쩌면 

너무나 사소한 이유들이 아닐 가 라는 생각을 했다.

특별히 말로 콕 집어서 이것 저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반함이 있을가?

설령 궂이 말로 표현하자면 그 사람이 

걷어올린 셔츠에서 보인 잔은육들이 멋있어 보였다거나

키와 상관없이 하얀 셔츠와 

정장 위로 잘 관리된 상체와 하체가 드러난다거나 

잘 정돈된 머리와 헤어스타일이였다던가

옆에서 걸을 때 그 사람의 특유의 

향수냄새가 기분 좋았다거나 

약간은 취한 상태에서 무심코 

내 머리를 흐트러뜨릴 때 라던가

바래다 준다며 거리에 뛰여들어 

나를 안쪽으로 보호하려 할 때 라거나

도시락을 싸왔다며 펼쳐본 도시락에 

귀여운 동그라미 완두콩이 있었다거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며 드라마며 

예능 이야기에 이야기 꽃을 피우는 일이라던가

같은 취미와 같은 음악 취향을 발견 했을 때라던가

아니면 나에게는 없는 어떤 지적이고 

깊이있는 예술적 소양을 발견했다고 한다던가 

아무튼 반하는데는 아주 큰 이유가 필요없고 

작고 소소한 계기들만 난무할 뿐이다.


그리고 어리석게도 우리는 사랑에 빠지게 되면

그 사람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그 어떤 이미지에 현혹돼 실제 모습과는 다르게 

그 사람을 훨씬 더 우월하고 멋있는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사실은 거품빼고 마주한 사람들은 

다 어딘가 모르게 비슷비슷한데 말이다.

특별히 대단한 사람도 없고 특별히 못난 사람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가 시작되려면 

약간의 오해와 착각은 필수다.

그것은 우리가 이어지게 만드는 

좋은 윤활류와 촉진제가 되어준다.  

이렇게 갓 시작한 연인은 

서로에게서 비슷한 점들을 찾아내가면서 

발견된 공통점에 신기해 하며 감격해 한다.


그러다가 커플이 오래 만나고 

서로가 익숙 해진 다음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서로가 싫어지는 이유들을 생각해봐도 

그것도 어쩌면 정말 너무 사소한 것들이다.

마주 앉아 있어도 서로 핸드폰만을 쳐다본다거나

같은 공간에 있어도 무심하게 

각자 다른 일을 하는 모습이나 

그 사람이 좋았던 모든 이유들이 더이상 

장점처럼 느껴지지 않고 단점처럼 느껴지는 때 말이다.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지겹고 꼴보기 싫어지는 때가 올 수도 있다.

오죽하면 드라마"또! 오해영!"에서 남주가 여주한테 

"니가 밥 먹는 모습이 꼴보기 싫어졌다고"

헤여지자고 했겠나.  

물론 그 말은 여주에게 아주 오랜 상처로 남다가 

다른 사람을 만남으로 인해 치유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너 밥 먹는 모습, 꼴보기 싫지 않아!" 라고 말해주면서 말이다.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그렇게나 

사소한 것들이고 쉬워보이는데  

왜 사랑을 지키는데에는 이렇게 힘이 들가?

사랑에 빠지는 건 순식간일 수 있으나 

사랑은 지키는데에는 

훨씬 많은 의지적인 노력과 인내와 책임이 필요하다.

권태는 누구나 느낄 수 있고 

어느 커플에게나 그런 순간들이 올 수 있다.

마치 오랜 산 부부마냥 더이상 설레임도 없고 

무거운 공기만 감돌 때 

누군가는 견디지 못하고 헤여짐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서로를 아낌으로 노력을 해본다.

결혼한 사람들의 조언에 따르면 슬프지만 

그런 달달한 건 오래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 다음은 책임과 의리와 정 어쩌면 

친구같은 동반자로 더 오래 살게 된다고 한다.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전쟁같은, 그리고 불꽃같이 서로를 탐색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끝나고 

이제 드디어 편안함과 느긋함이 찾아왔을 때 

나는 잘 극복하며 아끼며 살 수 있을가?

적어도 그런 시간들이 온다는 것을 아는 것은 

참 다행인 거 같다.

그리고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나오는 대사처럼 하면 되지 않을 가 생각해본다.


"지난날처럼 쉽게 오해하지 않고, 쉽게 포기하지 않고, 지루하더라도 다시
그와 긴 얘길 시작한다면 이번 사랑은 결코 지난 사랑과 같지 않을 수 있을 까?"


상대방을 다 안다고 해서 다 이해한다고 해서 

사랑하게 되는 건 아니다.

가끔은 그사람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다 알지 못해도 

우린 참 쉽게 사랑에 빠진다.

중요한 건 그 뒤다.

그렇게 사랑에 빠진 뒤에 책임과 소임을 다 할 수 있느지.

쉽게 질리지 않고 잘 가꾸어 갈 용기와 자신이 있는지.

다시 사랑을 시작하려고 하는 지금 나에게도 

한번쯤은 돌아봐야 할 지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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