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누비스 Aug 31. 2022

폐쇄병동으로 가다

두렵고 무섭고 불안이 가득했던 정신병동에서의 첫 일주일




 나는 내가 살다살다 정신병동, 그것도 폐쇄병동에 입원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진료의뢰서를 받아서 간 대학병원에서는 폐쇄병동에 입원해야 하고 퇴원은 사실상 기약이 없다고 했다. 정신과는 증상이 없어져야 퇴원을 하던 개방병동으로 옮기던 할 수 있는데 증상이 언제 없어질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퇴원일을 정할 수 없다는 것이 나를 더욱 우울하게 했다. 


 병동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가져온 물품 중 일부는 전달받고 일부는 반입이 불가해서 병동 밖 캐비닛에 보관해야 했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전자기기는 당연히 반입이 불가했고 스프링노트도 자해 위험이 있다면서 반입이 불가했다.


 보호자가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함께 와준 아빠는 나에게 성경책을 주며 여기서 성경을 읽으라고 강요했지만 나는 성경책을 받지 않았다. 이미 교회 내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가 적지 않은데 이 곳에서까지 교회와 관련되고 싶지 않았다. 아빠는 억지로 성경책을 주려 했지만 이를 본 간호사님은 환자가 원하지 않는데 왜 강요를 하냐며 아빠를 막으셨다. 그에 아빠는 우물쭈물하며 약간의 변명을 하다가 성경책 쥐어주기를 포기했다.


 병동에서 처음으로 저녁을 먹는데 왠지 모를 서러움과 불안이 올라왔다. 그래서 밥을 먹다 말고 젓가락으로 내 손등을 찍었다. 그러자마자 지켜볼 것도 없이 바로 나는 안정실이라고 하는 격리실에 보내졌다. 난생 처음 겪는 낯선 환경과 낯선 상황이었다.


 안정실은 작은 환자용 침대 하나와 양변기 하나, 천장에 달린 cctv, 간호사실로 이어지는 문 하나가 전부인 매우 좁은 공간이었다. 그런 곳에 혼자 있으려니 더더욱 불안해졌다.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을 졸랐다. 그리고 간호사실에서 cctv로 그걸 보고 있던 간호사님들은 나를 강제로 강박하고 안정제 주사를 놨다. 사실 그 상황과 과정이 세세하게 모두 기억나지는 않지만 난생 처음 겪는 이 일들이 너무 무섭고 불안했다.


 정신병동 내에서 강박은 정해진 시간 내에서 치료 목적으로만 이루어진다. 환자에게 벌을 주거나 치료진을 귀찮게 한다는 등의 이유로 이루어져서는 절대 안 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인권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강박과 관련해서는 상당히 엄격한 프로토콜이 있다. 그래서 나 역시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강박은 해제되었고 다음 날이 되어서야 안정실을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때부터 언제 다시 안정실에 끌려갈 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그 날부터 나는 병동에 대한 두려움에 다른 사람들 몰래 매일 우는 습관이 생겼다. 




작가의 이전글 그래도, 물고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