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지 작업

by 고양이손

잘못 인쇄한 띠지를 갈아 끼러 파주 물류창고에 갔다. 창고에 도착하자마자 낮은 온도가 날 반겼다.

“안녕, 편집자야. 종이 귀한 줄 모르고 책 만들었지? 여기 쌓인 우리 좀 보고 반성해.”

들릴 리 없는 책의 타박이 귀에 맴돌았다. 아마 추위 때문이겠지.

그동안 만든 책이 반품되어 쌓인 모습을 보고 절로 숙연해졌다. 훌쩍거리며 띠지 작업을 하다 보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정신없이 일하던 사무실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머리는 비우고 손만 움직인 덕분일까.

평소에 책을 사면 별생각 없이 버리던 띠지의 소중함을 깨닫고, 띠지에도 오타가 날 수 있으니 꼼꼼히 살펴보자는 교훈도 얻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감기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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