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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on de Madame Saw Jul 15. 2020

다시 밑바닥으로

범죄의 추억


요 근래 일어난 성범죄 관련 이슈는 전염병 같은 것들이었다. 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앞으로 또 다른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줬다. 그리고 그중엔 비슷한 피해 경험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어떻게든 삐쭉거리며 기어 나오지 못하도록 가슴 한 구석에 꾸역꾸역 처 누르며 살아온, 누군가에게 의지하려고 발버둥 치다 결국 더 맞고, 또 혼자 일어서려다 세상에 또다시 이리저리 치이며 나라는 개인이 얼마나 보잘것없고 나약한 생쥐 같은 존재인지 깨닫고 다시 의지할 누군가를 찾아 헤매던 비루한 삶의 기억들 말이다.

이렇게 굳이 누가 부추기지 않아도 하루하루 마음을 다잡고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한꺼번에 연속으로 육박해오는 이러한 사건들은 그러한 기억들을 기어코 모조리 꺼내 놓으신다. 다시 꾹꾹 눌러 담으며 채 추스르기도 전에 얼굴을 쥐어 패면서 제도든 사람이든 그 무엇도, 어느 누구도 날 구제해 주지 않는다는 걸 다시 깨닫고 이 세상에서 나는 철저히 혼자라는 소외감, 무력감, 그리고 참담함 같은 것들과 다시 마주한다.

사실 이 모든 것의 발단이 된 사건 자체는 그다지 위협적인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어떤 지독한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법이다. 그러나 그것은 시체에 벌레가 꼬이듯 살아가면서 이렇게 계속 새로운 아픈 기억들을 불러 모은다. 그리고 때때로 이제는 정말 잊었다라던가 이젠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잠시나마 꿈꾸던 방울토마토 같은 삶, 그리고 하나하나 쌓아 올리던 내 성은 그것들로 인해 이렇게 한순간에 괴성을 내며 무너지고 다시 이렇게 원점으로 돌아온다.

그 사건들의 직, 간접적 가해자들과 방관자들이 참 밉다. 그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는 반짝반짝한 성에서 가족들과 함께 예쁘고 행복한 인생을 살 그들도, 전 국민을 울린 그 사람도, 그리고 그럴 필요 까진 없을 것 같은데 함께 울어주는 그 사람들도. 비틀어진 이 심보와 조금은 서글픈 것을 탓할 사람들을 찾아 헤매며 병신같이 혼자 처 우는 것부터, 그러니까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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