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둘째 주
안녕하세요. 중앙대학교 여성주의 교지편집위원회 녹지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잠시 맑았던 주말을 지나 하늘은 다시 흐려졌고 얇은 빗방울이 흩날리고 있어요. 어느덧 4월도 중순에 다다른 때에 녹지의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위클리 녹지>에서는 매주 녹지의 간단한 안부와 함께 세미나에서 나눴던 이야기들을 정리해 알려드리려고 해요. 녹지의 가장 든든한 독자인 중앙대학교 학우분들을 비롯해 학교 밖 곳곳에 계신 녹지의 독자 여러분께 더 가까이, 자주 다가가고자 시작한 편지이기에 독자분들도 언제든지 편하게 댓글이나 디엠, 혹은 메일로 녹지에게 말 걸어주시면 좋겠어요.
4월의 시작과 함께 녹지는 새로운 수습위원들을 맞이했습니다. 약간의 어색함과 함께 첫 대면식과 첫 세미나를 마쳤답니다. 녹지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주세요.
4월 10일에는 녹지 57번째 봄호가 발간되었습니다.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에 배부 완료했으며, 아래 첨부한 링크를 통해 PDF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다빈치캠퍼스에는 빠른 시일 내에 배부 후 다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이번 녹지는 상당히 두꺼운데,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으니 기대해주셔도 좋아요.
5월 13일에 진행될 독자간담회 신청도 시작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아래 첨부한 링크를 통해 신청하실 수 있어요. 녹지를 읽으며 떠오른 생각과 느낌을 함께 나누는 자리입니다. 부디 많이 참석해주셔서 녹지가 여러분께 어떻게 다가갔는지 들려주시면 기쁠 거예요. 독자간담회는 중앙대학교 재학생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열려있답니다.
그럼 이제 지난주에 있었던 세미나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수습위원들과 함께한 첫 세미나의 주제는 “몸과 정혈”이었습니다. <생리 공감: 우리가 나누지 못한 빨간 날 이야기>(김보람 저, 2018)의 3장을 읽고 진행되었습니다.
흔히 ‘생리’라고 불리는 여성의 정혈은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여성들 사이에서 쉽게 발화되는 주제는 아닙니다. 우리는 과거 여성들의 정혈이 어땠는지, 정혈 용품은 어떤 과정을 통해 발전했는지 등 정혈의 역사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각자의 정혈 기간이 어떠했는지 경험을 편히 이야기할 기회도 적으며 동시에 정혈의 경험은 여성마다 천자만별이기에 여성들 사이에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기기도 합니다. 텍스트를 읽으며 정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세미나에서는 “정혈에 대해 자신도 모르게 학습된 생각이 있다면 무엇인가?”라는 논의꼭지를 시작으로 각자 정혈에 관해 갖고 있었던 자신의 편견 혹은 타인의 편견에 대한 이야기, 정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원인에 대한 생각을 나눴습니다. 또한 정혈통을 비롯해 여성질병의 원인을 알지 못하는 것, 일단 모든 원인을 ‘호르몬’의 문제로 치부하는 병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여성의 몸에 대한 연구 부족이라는 문제의식까지 나아갔습니다. 또한 각자 사용해봤던 정혈용품에 대한 후기도 나누며 일회용 정혈대 외에도 다양한 정혈용품의 존재와 장단점까지 알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미나에 참석했던 편집위원들의 한마디입니다.
A: 많은 여성이 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혈이 귀찮고 아픈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 PMS부터 생리통, 정혈 용품까지 제대로 된 정보를 학교 성교육에서 가르쳐 주지 않고, 문제가 생겼을 때 방문하는 산부인과(여성의학과)의 진료도 미흡한 경우가 많다. 교육, 의료부터 사회적 인식까지 모두 여성 친화적으로 바뀐다면, 여성들도 자신의 신체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느끼지 않을까?
B: 이제까지 정혈에 대해 나눴던 이야기는 우리가 얼마나 힘든지에 대한 푸념이었다. 세미나를 통해 경험을 나누고 서로 다른 경험에서 차이점을, 그리고 공통점을 발견했다. 경험을 나누는 것이 당장 의료계를 바꾸진 못하지만, 그것만으로 정혈통이 줄어드는 기분이었다.
C: 보통 탐폰과 정혈컵을 사용해서, 가끔 정혈대를 사용할 때마다 찝찝하고 금방 바꿔야 하는 게 굉장히 불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정혈대만 사용하는 사람이 아직 많다는 점에서 더 많은 제품이 나오고 정혈에 대한 경험을 더 많이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거 여성들은 초경이 늦고 일찍 임신해 정혈이 몇 년에 한 번 찾아오는 일이었을 거라는 시각이 새로웠다.
D: 12살 이후로 내 일상의 1/5 가량을 빠짐없이 차지하던 정혈. 내 세계와 자유가 단숨에 좁아졌다고 느끼게 한 경험. 그렇기에 평생 미워하다 못해 일말의 관심조차 갖지 않으려 했던 생리. 하지만 세미나를 통해 먼젓번 이 길을 걸어온 사람들의 이야기와 만나고 나니, 이 피의 역사 속에 함께 묶여야지만 보이게 되는 세계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 텍스트를 읽으며 과거부터 지금까지 정혈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짤막하게나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정혈에 대해 말할 대 단순히 고충을 토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정혈의 이미지가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 현대의학에서 여성의 몸이 어떻게 다뤄지는지에 대한 문제의식까지도 공유하며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이번주 녹지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에게 정혈은 어떤 경험이었나요? 오늘 이 편지에 대해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녹지에게 들려주세요.
다음 주에는 지난 3월에 했던 ‘지난 녹지 다시 읽기’ 세미나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녹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