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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van Mar 12. 2024

코로나 중 일상

줄넘기와 자전거의 의미

그렇게 일상을 보내던 중... 

물론 중간중간 사소한 일들과 그런 일들의 반복으로 인하여 큰일이 빵 터져 버리는 생활을 영위하던 

(사소한 일이라 하면 학교 아이들과의 트러블들이겠고 큰 일이라 하면 그중 더 큰 싸움들로 인해 

선생님께 주의를 받은 일 그리고 교장 선생님한테 걸려온 전화 등이 있겠다.) 

중에 드디어 코로나가 터졌다. 

아이가 이렇게 캐나다 학교에 적응해 가던 와중에 왜 또 이런 일이... 학교 좀 제대로 다니자고 쫌!




4학년을 중간 정도 지난 1월부터 아시아에서 코로나 이야기가 슬슬 나오기 시작해서 

여기까지 오겠나 싶었지만 3월 정도 되어서는 여기서도 크게 번지기 시작했다. 

학교는 3월 중순까지 어찌어찌 다니다가 2주의 봄방학 후에는 다시 돌아가지 못했다. 

그리고 사회성이 그리 좋지 않은 나와 아이의 독거 모자 수준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매일 트레일을 걷고 공원을 돌았으며 텅 빈 상가 주차장에서 드디어 숙원 사업을 이루었다. 

우리 아이는 보통 아이들이 초등 저학년 때 주로 좋아하고 잘한다는 줄넘기와 자전거 타기를 

너무 싫어했고 또한 못했다. 

싫어해서 안 한 건지 못해서 싫은 건지 그것은 아이만 알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우선 운동 신경이 매우 부족했고 자기가 못하는 것은 금방 포기했으며 

싫어하는 것은 죽어도 하기 싫어했다. 

이 3박자가 다 맞아떨어져서 4학년 중반까지도 이것들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디서든 검사를 할 때마다 물어보는 것이 자전거를 탈 줄 아느냐였다. 

대근육 소근육이 발달하지 못하면 몸의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못하거나 

그것들을 요구하는 자전거 등은 타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한국이나 여기나 마찬가지...

나는 아이와의 전쟁을 감수하고 이제는 작업을 착수해야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기 시작했다. 

아이와 평화롭게 잘 지내며 사랑만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독한 엄마로 악역을 맡는 것 또한 꼭 필요한 듯해 보였다.  


우선 줄넘기로 몸을 푼다. 이것 또한 쉽지 않았다. 

박자를 잘 못 맞추고 손과 발의 협응력이 부족한 아이에게는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온갖 짜증을 다 받아주고 어르고 달래고 화내고 참고 별 짓을 다 하면서 대충 완성되어 갔다. 

이 정도면 되었다. 이 정도만 되어도 눈물 나게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그다음은 자전거를 중고로 구입했다. 아이 키에 맞춰 구입을 하였는데 왠지 작게 느껴지는 것은 왜인지...

안장의 높이도 잘 못 맞추겠고 자전거 타는 것을 즐기지 않는 엄마로서 미안해진다. 

어쨌든 그래도 난 탈 수는 있으니까 시범을 먼저 보인다. 

아이에게도 자전거를 너무 사랑하고 즐기지는 않아도 되지만 적어도 탈 줄은 알아야 하지 않겠냐며 꼬신다. 

이것만 완성하면 더 이상 강요하지 않겠다고...


뒤에서 잡아주고 앞에서 끌어주고 하느라 내 손목과 허리는 너덜너덜해졌지만 

그래도 조금씩 되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아이는 엉덩이가 너무 아프다 자전거가 너무 무겁다 등등 여러 가지로 투덜대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타는 것처럼은 보였다. 

아이는 성취감을 느꼈을까? 왜 아이가 타는데 내가 성취감을 느낄까?


어쨌든 되었다. 이렇게 몇 개월에 걸친 아이의 줄넘기와 자전거 타기는 막을 내렸다. 

자전거를 다시 팔았고 다시는 자전거 구경도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난 이제 어느 검사에서든 자전거를 탈 수 있냐는 질문에 Yes라고 대답할 수 있겠지.


학교도 렉센터도 친구네도 갈 수 없는 우리 모자의 일상은 이런 식으로 반복되었다. 

그나마 3개월 후 여름 방학이 되어 한국에 2개월 다녀왔고 

그 후 9월부터는 5학년으로 다시 등교가 가능하게 되었다. 

총 3개월밖에 쉬지 않은 캐나다 학교에 너무 감사했고 

아이가 마스크 끼는데 그다지 까탈스럽지 않아 더욱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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