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를 위한 아빠의 노력
시간은 흐르고, 딸내미는 어느덧 38개월이 되었습니다.
뻔한 얘기지만, 시간 참 빠르네요.
문득 뒤돌아 봤을 때 후회가 가장 적도록, 육아에 있어서만큼은 최선을 다했었는데 아쉬운 것 투성입니다. 요즘에야 비로소 쾌속 질주하는 부성애로 아내의 모성애를 겨우 따라잡은 기분이지만, 아빠의 육아 제1편 <아빤 엄마와 달라요>에서도 고백했듯,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력'이 제 육아의 핵심이었습니다. 노력보다 사랑이 앞선 육아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육아를 통해 대체 불가능한 많은 것들을 깨달았음에 만족하는 요즘입니다.
그리고 이제야 겨우 아빠로 자리 잡은 기분입니다. 노력이 아닌 사랑 가득한 부성애로 아이를 대하는 저를 보면서 스스로 그렇게 느낍니다.
짧지만 결코 짧게 느껴지지 않았던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호르몬의 차이와 기본적인 센스 차이로 엄마보다는 부족했던 저이지만, 아빠이고 또 저이기에 가능했던 일도 분명 있었습니다. 아직 한참 어린 딸내미라 앞으로 가야 할 육아의 길이 멀고도 험하겠지만, 육아에 있어서 제 나름의 노력과 노하우 그리고 그에 따른 아이의 변화를 기록해 보고자 합니다.
공감하기
아이를 낳기 전,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검색 가능한 모든 영상을 시청했습니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아이들의 문제 행동은 정말 다양했습니다. 폭력적인 아이, 이유 없이 고함치는 아이, 발달이 느린 아이 등등.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아이들의 문제 행동은 수도 없이 다양하나 그 해결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공감'이었습니다.
때리고, 소리치고, 부모의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아이들에게 '왜' 그러는지 아이들의 마음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는 순간 '원인'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와 동시에 근본적인 해결 방안들을 찾을 수 있었던 겁니다. 제 아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공감’ 하나만 기억했습니다. 표면적인 행동을 지적하기보단 ‘왜’ 그러는지 이유에 집중하고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아이가 말도 못 하는 시기에는 그게 무슨 소용이냐 하시겠지만, 그건 공감의 힘을 과소평가한 겁니다. 효과적으로 표현만 못할 뿐이지, 공감은 다양한 형태로 아이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제 경우, 딸내미가 아주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공감을 위한 노력을 반복한 결과, 이해하기 힘든 행동의 회수도 현저히 적어졌을 뿐만 아니라, 간혹 그런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아이가 먼저 차근차근 ‘이유’를 이야기해 줍니다. 듣고 보면 아이 입장에선 또 그럴 수 있겠다 싶어서 진심으로 같은 편이 되어 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주면, 아이 역시 쉽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 약속을 주고받는 요즘입니다.
핸드폰 NO!
육아는 정말 힘듭니다. 누구든 또 무엇이든 그 고통을 덜어줄 수만 있다면 의지하고 싶어 집니다. 그중 으뜸이 핸드폰이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교육적인 요소까지 추가된 영상이나 게임 등을 제공하다 보면, 핸드폰의 긍정적인 효과까지 기대하게 됩니다. 합리화입니다. 아이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핸드폰은 육아의 보조 수단이 되면 안 됩니다. 물론,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는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아이에게 치명적인 미세먼지를 막아줄 마스크는 뒤로 한 채 핸드폰 거치대까지 장착해 가며 아이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부모님들을 마주할 때면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핸드폰(과도한 영상 시청)이 주는 해로움
1. 인지, 언어, 사회성, 감정 발달 지연
- 아이의 기질이 까다로워지고, 자기 조절을 못하며, 사회성과 감정 발달이 지연
2. 수면장애
- 심리적인 긴장상태를 지속시킴
3. 뇌의 피로
-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 감정조절 능력, 상호작용 능력 감소
4. 시력 감퇴
저도 걱정이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핸드폰을 보여주는 대신 끊임없는 대화와 다양한 놀이로 핸드폰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고 키웠지만, 아이가 크고 나서가 걱정이었습니다. 주변이 보이기 시작하면 '왜 나만?'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고, 아이를 외톨이로 만들지 않으려면 저도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쥐어줘야 하나 했지만 아니었습니다. 식당에서 다른 아이들이 핸드폰을 보는 모습을 보더라도, ‘나도 핸드폰 보여줘!’라는 말은 전혀 하지 않더군요. 물론, 전보다 더 다양한 것들로 아이의 인내심을 지원사격해주어야 하지만, 그동안의 노하우로 한결 견디기는 수월해졌습니다.
끊임없는 대화
대화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요? 아이가 꺼내놓는 주제는 또 어찌나 다양한지 정말 끝도 없습니다. 평소 말하기를 좋아하는 저에게 아이와의 대화는 그야말로 '취향저격'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아빠와의 대화'가 아이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수많은 육아 관련 연구에서 증명되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수다'를 덜 선호하는 아내에게 아이와의 수다스러움이 좀 미안할 때도 있지만, 아빠와의 대화를 세상 즐거워하는 아이를 볼 때면 그저 뿌듯합니다. 그리고 대화 중 문득 발견하는 그 순수함에 미소 짓게 되곤 합니다.
아이와의 대화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저만의 방식이 하나 있습니다. 보통은 아이가 끊임없이 '왜'에 대해 물어보고 부모님은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정답'을 이야기해줍니다. 하지만 저는 반대입니다. 아이가 묻기도 전에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왜'에 대해서 아이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원천봉쇄이기도 했지만, '왜'에 대한 생각이 결국 창의적인 성장을 이끌 거라고 확신하기에 택했던 방식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이유'가 결코 정답이 아닐 거라고 확신하기에 '왜'에 대한 고민은 아이에게 양보하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었습니다.
칭찬 릴레이
칭찬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무궁무진합니다. 당근과 채찍이 필요한 시기도 분명 있겠지만, 적어도 아이가 오직 부모만을 바라보는 시기에는 칭찬 하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부모의 칭찬을 갈구하는 아이에게 시기적절하게 긍정적인 반응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기대한 만큼 혹은 그 이상의 칭찬을 받아 기뻐해 봤던 아이는 '칭찬의 선순환'으로 들어가게 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칭찬받기 위해서라도 칭찬받을만한 또 다른 행동을 하게 되는 겁니다. 칭찬받기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부모만 바라보는 나이인데 뭐 어떻겠습니까. 제 아이의 경우 칭찬의 힘으로 많은 것들을 빨리 스스로 깨우쳤습니다. 자전거 타기, 그림 그리기, 젓가락질, 식사 때 수저 놓기 등등. 굳이 빠를 필요는 없지만, 강요 없이 칭찬만으로 아이가 빨리 터득하고 또 즐거워한다면 나쁠 건 없지 않을까요?
빠른 시간만큼 아이의 성장도 빠릅니다. 너무도 아쉽지만 아이가 제 곁에 붙어 있는 지금 이 시간도 금방 흘러갈 겁니다.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 후회와 아쉬움 가득한 과거가 될 뿐이겠지만,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충분히 잘했어!
다소 낯 뜨거운 말이지만, 육아에 있어서만큼은 스스로에게 충분히 잘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이에게 아빠로서 바라는 건 한 가지뿐입니다. 아이 스스로도 행복하고, 더 나아가 주변에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아이로 자라는 것. 물론, 건강하게 말이죠. 그리고 육아하는 아빠로서 세상의 모든 육아하는 아빠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