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70%가 알코올이었더라면
언제부터였더라?
거의 반년,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술을 마신다. 지금은 술 없는 약속은 아예 참석하지도 않는다.
지금은 모르는 사이가 되었지만, 4년 정도 가장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다.
(애인은 기간제 베스트 프렌드라는 말을 응용해 보고 싶었다...)
그 친구(편의상 B)는 술을 참 좋아했다.
안주보다 술이 우선인 주점에 갈 때마다 안 마셔 본 술이 없다며 너스레를 떨곤 했다.
그에 반해 당시 나는 술에 그다지 흥미가 없었기 때문에, B가 메뉴판에 적힌 술을 보며 감탄하는 사이 대충 가장 저렴하고 세지 않은 술만 시켜서 마셔댔다.
오히려 술 좀 그만 마시라고 B와 만나는 날마다 잔소리를 했다.
부평에 소담주택이라는 한 술집이 있다.
아마 기념일을 챙기기 위해 소박하게 안주가 맛있는 술집을 찾다가 간 것 같다.
대충 열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비좁은 공간이었고, 사장님의 끊임없는 추천으로 시키지도 않은 여덟 가지 종류의 온갖 술을 시음했다.
그곳에서 능이주라는 술을 처음 접했다.
개인적으로 버섯을 좋아하긴 하지만 향이 강한 건 잘 먹지 못한다.
백세주 같은 맛이려나, 썩 내키지 않는 기분으로 마신 능이주는 정말 깔끔하고 맛있었다. 걱정하던 능이버섯 향도 기분 나쁘지 않게 은은했다.
능이주와 함께 먹은 치즈가래떡구이도....
적당히 바삭하게 튀겨진 가래떡과, 그 사이로 흐르는 꿀, 그 꿀보다 더 달게 느껴지던 얇은 치즈가루가 정말 맛있었다. (그 안주에 반해 자주 갔었는데, 갈 때마다 맛이 조금씩 달라 실망했다)
그때부터 B와 함께 다양한 술을 마시러 다녔다.
회사 일에 지쳐 매일 맥주 여섯 캔을 마시고 자던 나에게 위스키를 마셔 보면 어떻겠냐며 권유해 주었고, 그 바람에 맥주 대신 매일 바카디 한 병을 마시고 어기적거리며 출근했다.
이 꼬락서니를 보던 B는 나에게 위스키를 추천해 준 것을 엄청나게 후회했다.
술 좀 그만 마시라는 애정 어린 잔소리가 향하는 대상이 바뀌면서 마음의 크기도 조금씩 변하던 시기였다.
지금도 이렇게 종종 생각나는 걸 보면, B와 함께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며 새로운 술을 찾으러 돌아다니던 그때가 정말 좋았나 보다.
지금 내 취향의 일부는 B와 즐겁게 보내던 시간 속에서 만들어졌다.
나는 아직도 바카디 모히또를 좋아하고, 따뜻하게 데운 도쿠리를 좋아한다. B가 알려 준 대로 만든 잭콕이나 짐빔하이볼도 종종 즐겨 마신다.
솔직히 궁금하지는 않지만, 잘 지냈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게 무엇인지 나에게 알려 준 B를 위해, 오늘은 하이볼이나 한 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