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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믿기로 했다

구아바나무의 방식으로


눈에 띄는 사람만이 사랑받는 줄 알았어요.

결과로 증명해야만 자격이 주어지는 줄 알았고요.

그래서 늘 마음이 조급했어요.

나는 아직 보여줄 게 없다는 생각에,

자꾸 움츠러들었죠.


그러다 문득,

조용히 자라고 있는 구아바나무를 떠올렸어요.


구아바는 자라서 열매를 맺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나무예요.

그 전까지는 특별한 존재처럼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한 번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

해마다, 단단하게, 묵묵히 자신의 열매를 내어줍니다.


익지 않은 구아바는 단단하고 향도 없어요.

겉으로 보기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지만,

그건 ‘게으름’이 아니었어요.

‘느림’도 아니었어요.

스스로의 때를 정확히 아는, 조용한 확신이었어요.


나도 그런 마음으로 자라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요.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지만

속에서는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중이었고,

더 단단해지기 위한 어떤 시간을 지나고 있었던 거예요



이제는 말할 수 있어요.

나는 나를 믿기로 했다고요.

모두가 몰라도 괜찮아요.

눈에 띄지 않아도,

내 안에서 어떤 힘이 차오르고 있으니까요.

지금은 나의 속도를 따라 살아가는 시기라는 걸,

나만 알면 되니까요.



당신은 지금 어떤 계절을 지나고 있나요?


당장 피어 있지 않더라도,

지금 그 자리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자라고 있는 거예요.


오늘 하루, 이렇게 물어보면 어때요?

“나는 지금 무엇을 익히는 중일까?”


그리고 이렇게 다짐해보면요.

“내가 나를 믿는 방식으로, 오늘을 살아보자.”



필요하다면 언제든, 꽃피우는 시기를 나만 알면 된다고

조용히 되뇌어보세요.

우리는 각자의 계절을 살고 있는 나무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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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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