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꺼내는 연습, 그리고 나를 다시 들여다보는 하루
감정을 꺼내는 일이 어렵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오히려 때로는, 참아야 할 순간에조차
마음을 먼저 꺼내곤 했었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감정을 입 밖으로 전하는 일이 조심스러워졌어요.
말하면 흩어질까 봐,
표현하면 이상하게 들릴까 봐.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말하지 못하게 되면서
감정은 점점 내 안에 고여만 갔고,
어느새 메말라가는 화분처럼 마음도 말라가더군요.
그 즈음, 창가에 두었던 베고니아를 바라보게 되었어요.
꽃은 피지 않았지만, 잎은 도톰하고 단단했죠.
촉촉한 무게를 가진 그 잎을 보며
이 식물도,
드러내지 않아도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는구나 싶었어요.
감정도 그런 것 같아요.
표현되지 않았다고 해서 없는 게 아니에요.
마음을 꺼내 놓지 못한 날에도
감정은 분명, 우리 안에 살아 있어요.
다만, 꺼내지 못한 감정이
스스로를 옭아매는 날들이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감정을 꺼내는 연습이 필요한지도 몰라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꺼냄이 아니라,
나를 다정히 바라보기 위한 꺼냄.
식물을 들여다보듯,
오늘의 감정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조금씩 배워가요.
그리고 이제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이미 피어 있는 사람들이다.
다만, 그걸 스스로만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죠.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너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는 걸
오늘은 너 자신이 먼저 믿어주기를 바라요.
꽃이 핀다는 건,
피어 있는 나를
비로소 내가 알아보는 순간이에요.
이미 어여쁘게 피어 있는 너를,
사랑할 수 있는 날들을
조금 더 이르게 깨닫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