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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날리며 다음을 향해

민들레 씨앗처럼 끝과 시작을 함께 품고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평범했어요.

하나의 끝맺음.

한 권의 브런치북이 끝났거든요.

홀가분했어요.

그리고 동시에 이상하게 가벼운 허무가 스쳤죠.

마치 정리되지 않고 어지럽게 놓여있던 책장을

오랜만에 가지런히 정리한 것처럼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순간 떠오른 건

정돈된 책장이 아니라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민들레 씨앗이었어요.

가지런함을 이룬 뒤에도,

어쩌면 나는 이미

다음 바람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민들레 씨앗은 새로운 시작을 품고 있어요.

바람이 부는 대로,

가야 할 곳을 미리 정하지 않고 흩날리죠.

그 모습은 자유롭지만, 목적이 없는 건 아니죠.

흩날린 끝에는 언제나 또 다른 뿌리를 내릴 자리를 찾으니까요.


끝이 곧 시작이고, 시작 속에 이미 끝이 있는 것.

그 당연한 순환을

민들레 씨앗은 매년 반복하고 있었어요.



이번 브런치북도 그렇게 끝났습니다.

홀가분하고, 허무하고, 또 설레는 기분.

흩날리는 씨앗처럼,

나도 다음 계절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 사이사이에 머물렀던 모든 순간이,

내 안에서 이미 씨앗이 되어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알아차렸어요.


그래서 오늘 나는,

민들레 씨앗처럼 흩날리며,

다음으로 향하고 있어요.


당신은 지금, 어떤 바람을 타고 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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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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