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피해자의 기억이 정말로 괜찮아 질까요?
금붕어 인도. 인도라는 이름은 머리에 빨간 점이 있는 모습이 인도인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빨간 점이 매력적인 인도. 그런데 지금은 빨간 점은 사라지고 흰색 금붕어가 되었다. 금붕어는 다 크기 전까지 색이 바뀐다는 말을 뒤늦게 듣게 되었다. 그런걸 보고나서, 우리 사람은 어떤 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신기한 답변이 나왔다. 금붕어의 몸 색처럼 사람의 뇌도 사는 동안 많은 변화를 겪는다고? 그 말은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나는 왕따를 겪었다. 초등학교 6년 동안, 심한 전따(전교에서 왕따)를 당했다. 모두가 나를 싫어했고, 몸에 닿는 것도 싫어했다. 내가 닿은 물건은 만지지도 않으려 했고, 내가 앉은 자리에는 앉고 싶어 하지 않았다. 나는 투명 인간인 동시에 존재감이 컸다. 난 친구를 사귀고 싶어서 반에서 챙기는 친구들 생일에 돈이 없더라도 다이소에서 연필 세 자루라도 사서 정성껏 포장했다. 다들 내가 사랑받고 싶어 하고 사랑을 주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의도조차도 혐오 받았다.
인간의 뇌는 고성능 지우개가 있다. 기억은 변하거나 없어진다. 그것은 가끔 나를 슬프게도 했지만, 동시에 나에게 아주 유리한 삶을 살 수 있게 했다. 진짜로 괜찮아지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기억은 마치 사진처럼 고정되어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매번 불러올 때마다 다시 쓰여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기억의 재구성이다. 과거 기억이 반복적으로 수정되고, 새로운 감정이나 해석에 따라 내용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저명한 뇌과학자는
기억은 다시 떠올릴 때마다 뇌에서 다시 저장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외부자극이나 감정에 따른 내용 수정이 일부 일어날 수 있다
라고 하였다.
어린 시절에만 자라는 키와는 달리, 뇌는 성인 이후에도 환경에 따른 신경 회로가 바뀌는 것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개념으로 신경 가소성이 있다.
뇌는 새로운 경험이나 반복학습, 심지어 트라우마 회복을 통해서도 구조적, 기능적으로 변형될 수 있다.
외상기억도 바뀔 수 있다. PTSD 치료에서도 기억을 없애기보다는, 기억에 대한 감정 반응을 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둔다.
그래서 나는 믿기로 했다. 나에게 새겨진 모든 아픔들, 나에게 지워지지 않았던 그 말과 행동들도 언젠가는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기억이 바뀐다는 것은 단지 과거를 지우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나를 다르게 바라보는 힘을 키우면, 우리는 회복이 될 수 있다. 과거를 덜 무섭게 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제 안다. 금붕어가 몸 색을 바꾸듯, 언젠가는 이 기억을 다른 빛으로 다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정말로 괜찮아지는 날이 온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