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저는 중학교때 써봤어요
중학교 1학년 때의 이야기다. 초등학교 6년의 전따를 당했던 기억을 끊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다. 그래서 어떤 아이에게 말을 걸고, 무리에 속하게 되었다. 친구들은 나를 절친이라고 언급했고, 한 달 동안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나랑 같은 초등학교에 나왔던 어떤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녀ㄴ는 일찐 무리에 들어가고 싶어 했다. 그렇게 나에 대해서 반 전체에 퍼뜨리게 되었다. 그리고 괴롭힘을 앞장서며 일찐 무리에 들어가는 것에 성공했다. 나는 한 순간에 전따였었다는 소문이 퍼졌을 뿐 아니라, 가난했던 가정 상황이나, 가족 중 나를 아무도 나를 신경 안 쓴다는 그런 정보까지 퍼지게 되었다. 나랑 절친이었던 친구들은 방관자가 되었을 뿐 아니라, 벌레보듯 했다.
그러다 어떤 만화를 보게 되었다. 나는 어렸을 때 만화를 진짜 좋아했는데, 만화방에 가서 만화를 펼쳐보고 이거다 싶은 것이 있어 즉시 실행하게 된다. 외모를 가꾸어서 인기를 얻는다는 내용의 만화는 나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다. 나는 반곱슬의 머리에는 매직을 했다. 틴트를 바르고, 렌즈를 끼고, 톤업 선크림을 발랐다. 어디가 달라진 건지에 대한 미감이 없었지만, 나도 조금 바뀌었다는 것을 알 정도였다.
다음날, 아침 일찍 등교를 하니 이상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일찐들이 나를 보더니 수군거리기 시작하고, 반에 있는 여자애들이 나의 책상을 빙 둘러싸고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 일어나려고 했으나, 어떤 애가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소리를 질러야겠다.’
나에게 일어난 일은 의외였다. 다들 틴트 정보나 미용실 정보에 관해서 물어보고 있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그 모습을 보고 나를 빼 올 정도였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담임이었던 선생님은 나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
그때부터 외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훈녀 생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훈녀는 훈훈한 여자 즉, 외모가 예쁜 여자를 뜻하는 말이다. 그리고 생정은 생활정보를 뜻한다. 거기에는 예뻐지는 팁에 대해서 나왔다. 예쁜 얼짱분들의 사진을 올리고 자신이 관심있는 것에 대해서 올리기만 하면 끝. 정말 편리한 글쓰기 방식이었다. 나는 글쓰기가 재미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치유가 예뻐지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진짜로 들여다보는 글쓰기에서 시작되었다. 사실 그때 훈녀생정을 쓰시던 분들 대부분은 훈녀생정을 올리지는 않았다. 90% 이상이 뻘글. 자기가 쓰고 싶은 것에 대해서 훈녀라는 딱지만 붙이고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던 것이다. 자유로운 글쓰기에 나는 해방감을 느꼈다.
그 블로그는 현재 남아있지 않지만, 잡탕처럼 쓰고 싶었던 글들이 잔뜩 있었다. 여자애들이 좋아할 만한 팬픽부터, 애니메이션 팬들이 좋아할 만한 팬픽과 분석 글. 별거 아닌 듯한 일상의 나열들이 나에게는 마음 놓고 쉴 공간을 만들어 준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했다. 내가 싫어하는 것들이 가득한 학교와 다르게 좋아하는 것을 잔뜩 할 수 있었고, 무료였다.
글쓰기라는 것은 무엇인지 정의할 수 없다. 누군가는 유명세를 얻으려 글을 쓰고, 누군가는 명예를 얻기 위해서 글을 쓴다. 누군가는 작가라는 상태가 그저 좋아 글을 쓴다. 하지만 내가 처음 마주한 글쓰기는 글짓기 대회가 아니고, 훈녀생정이었다. 글쓰기를 너무 크게 보지 말고 쓰자고 브런치를 만들 때 생각했다. 왕따를 당했던 내가 훈녀생정 블로그를 운영하듯, 브런치에서는 조현병이 있어도 살아있는 나를 말한다. 일상을 사는 것을 올린다. 그 일상은 사소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큰 울림이 되고, 큰 깨달음이 되겠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