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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를 당한 이들에게

시를 써보았다

by 코알코알

<옥상의 여름밤>

옥상에 올라가

죽음의 냄새를 맡았다

떨어져 산산이 깨지는 유리 조각처럼

너는 조각조각 부서질 거야

나를 위해 울어주는

귀뚜라미 한 쌍

아니, 나는 깨지지 않아

이 목숨줄을 오래 잡아끌고

끈덕지게 살아갈거야

끈적하게 달라붙는

우울을 대신 깨뜨리고

그 향기를 몸에 둘러

살아갈거야

살아갈거야


저승사자는 뒤돌아선다

죽음의 향기가 거두어지고

우울의 병이 깨어진다


습하게 달라붙는 여름 향기가

울어주는 풀벌레 한 쌍과

나를 비추려 따라오는 초승달

나는 살아갈거야

살아낼테야


자살 직전의 심정에 대해서 썼다. 힘든 일이 많고, 어린 나이에 왕따를 당해 세상이 힘들고 아무도 내편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쓴 시이다.


<풀꽃과 소나기>

삶 한 가운데서

무너져 울어보았지

울 힘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

믿을 수 없었어

삶이 나를 지치게 할 때

나는 이리저리 흩들리는 풀꽃이 되지

소낙비가 터지기를 기대하는

하나의 풀꽃이 되지

연약하지만 살아보려

이리저리 흔들리는

풀꽃이 되지

눈물이 멎고

충분한 비를 맞은 풀꽃이

다시 살아가네

흔들리며 흔들리며


흔들리며 눈물 흘리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쓴 시이다. 누구나 무너지는 때가 오고, 왕따를 당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무너져 체면치레 없이 우는 행위는 우리 삶에 건강한 연료가 된다. 눈물의 힘과 풀꽃같은 생명령에 대해서 쓴 시이다. 왕따를 당하는 사람들이 고통을 느낄 때 울기를 주저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유없이 나를 싫어하는 이들>


눈물로 눈을 덮고

가만히 생각하며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이유없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열 명 중 하나 만난다는데

어째서 여기 다 모여있는지

달기만 한 것이 없듯,

쓰기만 한 인생도 없다.

맥박치는 심장을

쓸어내리며

안심 시켜주는 일

가만히 가만히

눈물도 닦지 않은 채

가슴만, 가슴만.

쓸어내렸다


심한 왕따를 당하면 억울하게 몰아가지는 일도 많고, 남들보다 배로 힘들다. 이유없이 남이 나를 싫어하기도 하지만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내가 나를 싫어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왕따를 당하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한마디를 하고 가려한다.


<왕따당하는 모든 이에게>


더럽다!

말한다고

더러워지지 않는다

죽어라!

라고 말한다고

죽지 않는다

너는

독하고 모진 말을 들어도

견뎌내고 참아내는

고귀한 사람이란다

씩씩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

고결하게

살려고 노력하지 마라

존재 자체로

빛이 나는 태양과 같은 사람이다, 너는.

그러니, 스스로에게

너무 엄하게 모질게 굴지 말아라


왕따를 당하는 사람도 장점이 있고, 삶이 있고, 가족이 있다. 소중한 것이 있는 태양같이 빛나는 사람인데 스스로를 너무 깎아내리지 말았으면 한다. 나는 시가 정말 필요한 사람들은 왕따나 소외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힘든 시기에 울림이 되었으면 한다.


<고통에 대해 문답하다>


초여름

찬란하게 야경은 일고

풀꽃이 흔들리고

풀벌레 울고

내 혼이 부서진 순간에 대해서


그렇게 부서지고도

나는 살아있고

머리칼은 윤이나고

피부는 보드랍고

눈동자는 검고

삶이 조각나고도

누군가가 조각난 내 삶을 보고

비웃는대도

그냥 살아있어

행복하지 않아도

그냥 우울한채로

살아가는 것은

지켜본다면

지켜보지 않는다면

그냥

살아가기로 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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