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할 때 가슴 뛰는 감정이란 무엇일까? 무슨 일이든 그냥 당연하게 느끼지 말자는 말에 벅차오름을 느낀다. 나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씨에 가슴이 뜨거워지고, 나를 위해 깜짝 선물로 레스토랑을 예약하는 센스에 가슴이 뛴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가슴 뛰는 감정은 큰 사건에서 오는 설렘이 아니다. 소리 없이 스며드는 배려와 나를 함부로 다루지 않겠다는 태도에서 조용히 시작된다. 가만히 누워서 나를 향해 사랑한다는 말만 건네도 나는 기분이 좋아지고, 하루 종일 웃음꽃이 핀다.
사랑을 증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그 사람이 나를 대하는 방식만으로 이미 충분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나는 그 사소한 선택들 위에서 사랑을 믿게 된다. 가슴이 뛴다는 것은 심장이 놀라는 일이 아니라 마음이 안심하는 일에 가깝다. 어느새 그 사람이 없으면 하루를 마무리하는 잠에 들지 못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설명할 때 거창하게 말하지 않게 되었다. 어떤 미래를 약속하지 않더라도, 오늘을 성실하게 보내는 사람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 하루를 조심스럽게 대하는 사람 곁에서는 사랑은 불안이 되지 않는다. 기대나 요구가 아니라 서로를 지켜보는 일로 남는다. 나는 그런 관계 속에서 편안해진다.
너무 가벼운 사람보다 적당한 무게가 있는 사람이 좋다. 사랑을 말하되 쉽게 던지지 않는 사람. 감정을 농담처럼 소비하지 않고 관계를 습관처럼 다루지 않는 태도를 가질 정도면 충분하다. 그 무게는 나를 눌러 앉히지 않고 오히려 겨울철 두꺼운 솜이불처럼 나를 안정시킨다. 예전에는 흔들리는 것이 사랑이라 믿었던 적도 있었다. 기분이 요동치고, 감정이 앞서고, 확신보다 불안이 많을수록 더 깊은 관계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이제야 아는 당연한 사실은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사람은 나를 덜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나를 소중하게 여길수록 사랑은 조용해진다는 것이다. 나는 나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겠다는 그 조용한 태도에 여전히 가슴이 뛴다. 예를 들어, 추울 때 옷깃을 여며주는 손길로도 사랑을 크게 느낄 수 있다. 크게 소리 내지 않아도 분명하게 전해지는 마음 앞에서 나는 오늘도 사랑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