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어른이 되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만족해요 :)

by 코알코알

도망치고 싶던 예전의 나를 대신해 인사를 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99년생 여자입니다. 10년 이상 지난 상처들이 나를 스치고 가면 나를 견딜 수 없을 때가 있어요.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누군가 웃는 소리를 들으면, 누군가 소곤대는 소리만 들어도요. 어깨가 움츠러들어요. 아니, 움츠러들고 말아요. 아직도요.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사람들도 각자의 사연이 있다는데 내가 유난히 약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도요 그래도 나는 내가 싫었어요. 무력했던 시절 내가 너무나도 싫었어요. 복수하고 싶었어요.

예전부터 누군가가 부탁하면 들어주기 싫었어도 들어줬어요. 아무도 부탁을 거절하면 꾸짖을 권리는 없는데도요. 또래 아이들의 꾸짖는 듯한 화풀이와 막말은 나를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 있게 했어요. 벌 받는 것처럼 아팠어요. 오래 서 있었어요. 웃고 넘긴 뒤에 집에 구석에 박혀있거나 티비 채널만 이리저리 돌렸어요. 아파하느라 바빴어요. 예전에 활기찬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책에 몰두했어요. 아무와도 대화를 못 해서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책만 읽었어요. 책만 잔뜩 사서 읽고, 또 읽었어요.


또래보다 어른이 편했어요.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면 어른들은 그대로 받아줬거든요. 꾸미지 않아도 이해하고, 냄새가 나고 머리가 떡진 어린이여도 그럴 수 있다고 넘겼어요. 어른들도 외로워서 그럴거에요. 아마 사무치게. 그래서 나의 외로움을 먼저 알아본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의젓한 어린이는 의지할 곳이 없는 것이 보이잖아요. 그래서 눈물이 났겠죠.


매일 거울을 보며 예뻐지는 상상만, 한 방 때리고 눕히는 상상만, 거절하는 상상만 했어요. 성공을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권력을 가지는 상상도. 그러다 복수할 힘조차 없어 계속 집에 박혀있었어요. 며칠을 사라져도 아무도 묻지 않았어요. 그게 몇 달이 되어서도 그랬을 때 알게 되었어요. 내가 성공해도 그들은 아무런 관심이 없겠구나, 하고. 문득 알게 되었어요. 그때 기분이 떠오르지 않아요.


아직도 나는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힘들어요.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나를 쓱 보고 가면 움츠러들고, 웃음소리가 나면 나를 보고 웃나 생각도 들어요. 특정 톤의 말투만 들어도 특정 말투만 들어도 몸이 자동으로 반응해요. 이유를 찾기도 전에 몸이 먼저.


그래도 따뜻한 차를 내리면 잠깐이나마 향기를 맡을 수 있어요. 혼자 카페에 가서 앉아서 글을 쓰면 인파 속에 있어도 버틸 수 있어요. 처음으로 남의 부탁을 거절하고 내 이득을 챙겼던 적을 아직도 기억해요. 집에 돌아오면 씻고, 빨래를 돌리고, 휴대폰으로 쇼츠를 봐요. 오늘도 아무 일이 없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안심이 돼요.

나는 거절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어요. 아주 성공하거나 예뻐지지 않았어요. 대단한 사람이 되지 못했어요. 하지만 나는 비뚤어지지 않았어요. 이제는 복수를 갈망하지도 성공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냥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싶어요.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았어요. 아주 책임감 있게. 그래요. 나는 극복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그게 정말 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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