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와 어둠

by 김성대

1

처음에는 나도 먼지인 줄 알았다.

실거미였다.

머릿속에 묻어온.


먼지잖아.

실거미야.

다음 날도 그랬다.

먼지 좀 털어.

실거미야.


그다음 날도 그랬다.

머릿속에서 먼지가 나오나?

실거미야.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2

나는 먼지에 갇혔다.

곧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다.

먼지가 가라앉을 줄 알았다.


먼지에 희미한 바람이 일었다.

먼지의 메아리 같은.

실거미가 메아리를 타고 내려왔다.


먼지는 점점 뭉쳐졌다.

단단해졌다.

벽이 되었다.

어둠이 되었다.


3

언젠가 잊었던 어둠이 나를 삼키러 오고 있었다.

어둠에게 내가 필요한가.

혼잣말을 해 보았지만 알 수 없었다.

어둠의 일부라서인가.


혼잣말을 하는 사이 나는 어둠에 삼켜졌다.

어둠이 되었다.

그러자 허기가 졌다.

누군가를 삼키고 싶어졌다.


언젠가 우리는 서로의 어둠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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