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미루다

by 김성대

벗어날 수 없는 밤이 있다.

마시다가 혼자가 되는 밤.

쓸쓸히 혼자 마시는 밤.

부슬부슬 갈라지는 입술로.


모든 걸 버리기 위해 그를 만났지.

벗어나기 위해 묶이고.

헤어 나오기 위해 들어가고.

이제 그를 버리면 완성인데.


나는 미루었다.

급속도로 망설인다.

이 밤을 믿기로 했다.

그와 상관없는 밤이라고.


그는 짧게 뒤돌아본다.

밤이 길 때 길 떠나는 사람.

긴 밤을 빠져나가는 사람.


오늘 술 방울들은 마침표 같다.

점성이 높은.

사람이 술보다 독하다.


아, 사랑할 걸.

사랑해서 어떻게 버리는지 알 걸.

사랑해서 철저히 버릴 걸.


나는 여전히 생각한다.

긴 밤을 빠져나가는 것들을.

더 멀리 떠나서 더 깊이 돌아오는 것들을.


이 밤이 사랑스러워지리라는 걸 몰랐지만.

가물거리는 입술로는 말해 줄 수 없겠지.

먼 곳의 눈을 맞출 수는.


그가 사라져서 나는 그가 좋다.

이제 천천히 그를 사랑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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