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성희 Mar 03. 2022

웰다잉에 대해 생각해 볼 때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겨울 햇볕은 왜 이리 귀한지.      

'햇볕 좋은 시간에     

얼른 나가 산책해야지' 매번 마음먹건만,     

또 저녁이 되고 말았다.      

시간을 보니 5시가 넘었다.      

     

해넘이 시간에서야 나서니 마음이 바빠진다.      

저만치 반짝이는 한 뼘 햇빛이라도      

붙들고 싶어 서둘러 걷는다.     

     

 부지런히 쫓아가지만 빠르게 도망가버린다.     

건물 꼭대기에 걸쳐있는 햇빛을 멀거니 바라본다.     

해가 사라지니 금세 기온이 떨어진다.     

차가운 저녁 바람에 손이 시렸다.     

      



    그래도 맘먹고 나왔으니 한 시간은 걸어야지.     

익숙한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있는데     

돌발 상황이 생겼다.     

     

30분쯤 걷다가 발에 마비가 온 것이다.     

요즘 부쩍 다리에 쥐가 나 잠이 깨곤 하지만,     

걷는 도중 이리 심하게 쥐가 나긴 처음이다.     

붓기가 원인일까?     

붓는 증상이 걸어주면 빠지기 마련인데     

근래 웬일인지 그것도 안 통한다.     

     

암튼,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뭐라 표현할 수 없이     

 다리가 쥐어짜듯 쪼이고 아팠다.     

서 있기도 앉기도 한 걸음 내딛기도 힘들었다.     

'응급 전화를 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가로수를 붙들고 한참을 씨름했다.      

조금 풀어지는 듯해서     

 걸어 보기로 했다.     

드문드문 지나는 사람들이     

나를 소아마비나 뇌병변 환자쯤으로      

쳐다보는 것 같았다.     

     

다리를 질질 끌며 생각했다.     

'아, 한 순간에 비장애인에서 장애인이      

될 수도 있겠구나!'     

그렇다면 내 몸속 상태의 진실은 무엇인가.     

 지금 어떤 상태인가.     

     



작년 건강검진에서 몇 가지가 걸렸던 게     

스친다.     

세 가지나 조직 검사하라고 나왔었다.     

사실 그걸 무시하고 살고 있다.     

진실을 알고 싶지 않아서다.     

병명을 밝혀내서 확인한들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병원에 입원할 경제적 여유도,      

시간적 여유도 없다.     

     

의지가지없는 홀몸이다 보니     

기를 쓰고 병원 치료에 목맬 이유를 못 찾는다.     

그냥 자연수명에 맡기고 싶다.     

그러나 두렵기도 하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건 고통이다.     

     

중환자실에 머물다가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요양병원에서      

지내다 가신 부모님을 보며 허망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별 대안책은 찾지 못하고 있다.     

웰다잉이란 어떤 것일까.     

살면서 순간순간 웰다잉에 대해 궁리하지만     

아직 그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으니.     

          

작가의 이전글 김치죽을 아시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