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를 사로잡는 '서사'와 '서정'의 황금 비율
글을 읽다 보면 두 가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어떤 글은 다음 내용이 궁금해 미친 듯이 책장을 넘기게 만들고(속도감), 또 어떤 글은 단 한 문장에 마음이 꽂혀 몇 번이고 되새기게 만듭니다(깊이감).
이 마법 같은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바로 글의 뼈대를 이루는 두 개의 큰 축, ‘서사(敍事)’와 ‘서정(抒情)’의 조화에서 그 비밀을 찾을 수 있습니다.
글쓰기 입문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이 둘 중 하나에만 매달리는 것입니다. 당신의 글에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을 더하고 싶다면, 서사와 서정이라는 두 날개를 이해하고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첫째, 멈출 수 없게 만드는 힘: 서사(敍事)
서사란 한마디로 ‘이야기의 엔진’입니다. 독자의 손에 ‘시간’이라는 실을 쥐여주고, 다음 페이지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게 만드는 원동력이지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에 대한 인과관계의 사슬을 촘촘히 엮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대부분의 소설, 영화, 드라마가 바로 이 서사의 힘에 기대어 독자를 울고 웃게 만듭니다. 서사의 세계에서 독자는 주인공이 마주하는 갈등에 함께 가슴 졸이며, 우여곡절 끝에 맞이하는 변화와 성장에 희열을 느끼는 ‘경험의 동반자’가 됩니다.
'나의 글에 서사가 있는가?'라고 자문해 보십시오.
사건이 있는가? 인물과 배경 속에서 독자의 흥미를 끌 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시간의 흐름이 있는가? 사건들이 흩어져 있지 않고, 원인과 결과라는 논리적 고리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는가?
변화가 있는가? 처음과 끝에서 인물이나 상황에 의미 있는 '성장' 또는 '전환'이 일어나는가?
서사는 잘 짜인 ‘사건의 설계도’와 같습니다. 독자가 길을 잃지 않고 당신의 세계를 끝까지 여행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안내자인 셈입니다.
둘째,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힘: 서정(抒情)
서정은 ‘마음의 현미경’입니다. 빠르게 흐르던 시간의 강물에 잠시 닻을 내리고, 한순간의 감정과 분위기를 가장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게 하는 힘이죠.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보다 ‘그 순간 무엇을 느꼈는가’에 집중하며, 독자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건드립니다.
해 질 녘 노을을 보며 느끼는 아련함, 빗소리를 들으며 떠오르는 그리움, 예상치 못한 친절에 울컥 차오르는 따스함. 서정은 이처럼 말로 다 설명하기 힘든 내면의 파동을 감각적인 묘사와 상징, 비유를 통해 독자의 마음속에 고스란히 재현해 냅니다. 주로 시나 서정적인 에세이에서 빛을 발하지만, 뛰어난 소설은 결정적인 장면에 서정을 배치해 독자에게 잊을 수 없는 여운을 남깁니다.
'나의 글에 서정이 있는가?'라고 자문해 보십시오.
감정이 있는가? 인물의 내면에서 어떤 생각과 느낌이 파도치고 있는지 보여주는가?
분위기가 있는가? 직접 설명하기보다 감각적인 묘사(시각, 청각, 후각 등)를 통해 독자가 그 공간의 공기를 느끼게 하는가?
여운이 있는가? 다 읽고 났을 때, 독자의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문장이 있는가?
서정은 아름다운 ‘마음의 풍경화’입니다. 당신의 이야기에 지워지지 않는 향기와 색깔을 입히는 예술적 터치입니다.
서정 없는 서사는 건조하고, 서사 없는 서정은 공허하다
결국 좋은 글은 서사와 서정이 아름다운 춤을 추는 글입니다. 박진감 넘치는 사건(서사) 속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처절한 고뇌를 섬세하게 묘사할 때(서정), 독자는 그를 단순한 캐릭터가 아닌 살아 숨 쉬는 한 명의 인간으로 받아들입니다. 반대로, 아름다운 감정의 나열(서정) 속에서도 그 감정이 생겨나게 된 구체적인 사건과 배경(서사)이 뒷받침될 때, 독자는 그저 공허한 넋두리가 아닌 진실한 고백으로 받아들입니다.
서사는 글의 ‘뼈대’이고, 서정은 그 뼈를 감싸는 ‘온기 있는 살’입니다.
당신의 글을 다시 한번 펼쳐보십시오. 혹시 사건만 나열하느라 인물의 마음을 놓치지는 않았나요? 혹은, 당신의 감정에만 취해 독자가 따라올 길을 터주지 않은 것은 아닌가요?
속도감과 깊이감.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 그것이 바로 독자의 마음을 훔치는 작가의 길입니다. 서사와 서정이라는 두 날개를 자유자재로 펼칠 수 있을 때, 당신의 글은 비로소 독자의 마음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를 것입니다.
그렇지만 한순간에 되는 건 아니겠지요. 하루 15분을 내어 훈련해 보시면 어떨까요?

<서사와 서정 글 근육을 키우는 매일 15분 훈련법>
1단계: 서사 근육 단련 (5분)
훈련명: ‘그래서 무슨 일이?’ 요약하기
방법: 매일 아침, 스마트폰으로 본 가장 인상 깊은 뉴스 기사 하나를 고르세요. 그리고 그 기사의 내용을 딱 세 문장으로, 육하원칙에 맞춰 요약하는 겁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했는지를 담아서요.
목표: 감정이나 묘사를 완전히 배제하고, 오직 ‘사건의 핵심 뼈대’만 발라내는 훈련입니다. 군더더기 없이 사실과 인과관계만 남기는 힘을 길러줍니다.
2단계: 서정 근육 단련 (5분)
훈련명: ‘지금 내 앞의 사물’ 스케치하기
방법: 책상 위의 커피잔, 창밖의 나뭇잎, 내 손에 든 펜. 무엇이든 좋습니다. 사물 하나를 정해 오직 오감으로만 묘사해 보세요.
예시 (커피잔): (X) "손잡이가 달린 하얀 잔이다."
(O) "매끄럽고 차가운 사기질의 감촉이 손가락에 감긴다. 갓 내린 커피의 구수한 김이 코끝을 간질이고, 잔을 내려놓자 '달칵' 하고 맑은 소리가 났다. 안쪽에는 마시다 남은 갈색의 흔적이 옅은 그라데이션을 그리고 있다."
목표: ‘이름’이나 ‘설명’이 아닌 ‘감각’으로 세상을 보는 훈련입니다. 이것이 쌓이면 어떤 감정이든 분위기로 그려낼 수 있게 됩니다.
3단계: 근육 융합 훈련 (5분)
훈련명: ‘사건의 한순간’에 감각 불어넣기
방법: 1단계에서 요약했던 사건(서사)에서 가장 극적인 **‘한순간’**을 포착하세요. 그리고 그 순간을 2단계에서 훈련한 오감(서정)을 이용해 짧게 묘사하는 겁니다.
예시:
서사: “출근길에 버스를 놓쳤다.”
서사 + 서정: “코앞에서 놓친 버스는 뜨거운 매연 냄새를 훅 끼치며 내달렸다. 버스 뒷문을 두들기던 손바닥이 화끈거렸다. 멀어지는 버스 꽁무니를 야속하게 쳐다보며 헐떡이는 숨을 가라앉혔다. 오늘도 지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