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08 프리라이팅
21:12 프리라이팅 시작. 오늘의 주제는 무늬.
열두 살쯤 좋아하던 옷이 하나 있었다. 체크무늬 남방이었는데, 그때 그게 너무 좋아서 그랬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거의 매일 그 옷만 입고 학교를 갔다. 그게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는 걸 몰랐다. 어느 날 같은 반의 한 친구가 내게 왜 매일 그 옷을 입고 오냐고 물었을 때야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그래서 다른 옷과 일부러 번갈아 가며 입으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에 진학할 때는 모든 아이가 다 같은 교복을 입었기 때문에 '내일 뭐 입지?' 같은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됐다. 다 똑같은 남색 치마에 흰 블라우스, 검은색 조끼를 입었다. 거기에 이름만 다를 뿐 똑같이 네모난 초록색 명찰을 달고 있었다. 옷에 무늬랄 게 없어서 그런가? 그때쯤부터 여자 친구 중에 화장을 하는 친구들이 생겼다. 나는 패션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화장은 더더욱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별생각이 없었다. 다만 주제랑 조금 벗어나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조금 슬픈 기억은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학기 초에 수학 선생님께서 반 아이들 전체에게 질문을 하셨다. "치마 안 줄인 사람 손 들어보라"고. 나는 영문을 모르고 손을 들었는데, 비웃음이 어린 시선을 던지며 "봐라, 저런 애 말고는 다 줄이지." 따위의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정확한 말씀은 기억나지 않지만, 굳이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면 그게 내게 더 좋지 않을 것 같으니 이렇게 잊힌 게 오히려 좋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치마를 줄이지 않은 친구들은 나 말고도 몇 명이 더 있었는데 일부러 손을 들지 않았다고 쉬는 시간에 내게 이야기해 주었다.
지금 내가 좋아하는 무늬는 딱히 없다. 색이라면 모를까, 무늬는 없는 것을 선호한다. 심플 이즈 베스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아니라 게임 캐릭터의 옷을 커스터마이징할 때는 조금 신중한 편이다. 게임 캐릭터의 옷은 현실에서 입기 어려울 정도로 조악하거나 우스꽝스러운 것들도 있는데, 게임이기 때문에 좀 더 쉽게 개성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문제가 될 만한 옷을 입히는 건 아니다. 그냥 락페에 입고 갈 법한 해골이 그려진 티셔츠나 홍대에서 자주 만날 것 같은 검정 벙거지를 씌우는 정도다. 아무래도 게임 속 나의 캐릭터는 나의 숨겨진 자아가 가진 욕망을 표출하는 데 있어서 용이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나 싶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기억될 때 어떤 무늬로 기억되기보다는 어떤 색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어떤 것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무늬보다는 색이 좀 더 나를 자주 떠올리게 만들 것 같기 때문이다. 주제가 무늬인데 다른 소리를 좀 많이 한 것 같긴 하지만 그냥 올릴 것이다. 오늘은 다소 우울한 무늬의 월요일이니까.
21:39 마침.
(타이머 10:38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