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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나오는 龍이 많길 빌며

by 최봉기

龍은 실제 존재하지 않지만 여러 동물을 합성한 상상 속의 동물로 바다나 호수 등 물에 살지만 때로는 하늘로 올라가 風雲을 일으킨다고 한다. 그 龍이 과거 계층 간 이동이 많던 시절에는 개천에서 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런 경우는 마치 만화나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스토리가 되어 버린 듯하다. 이런 사회라면 기회가 균등하다고 볼 수도 없고 富든 가난이든 답습만 되는 정체된 사회이기에 平地風波라도 일어났으면 싶다. 과거에는 가난한 집 남자가 부잣집 사위가 되기라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일도 힘들어졌다. 과거와 달리 굳이 못 사는 동네에까지 손을 뻗지 않아도 부자들끼리 자체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3대 부자가 없고 3대 거지가 없다"는 말도 있었다. 부자가 부를 이룬 철학과 정신을 망각할 경우 이루어 놓은 富가 지켜지지 않는 반면 거지도 지긋지긋한 가난을 탈피하고자 노력하면 거지신세도 면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많아서 다양한 기회가 주어졌다면 지금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대박을 노릴만한 기회를 갖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또한 "티끌 모아 태산"이 "티끌 모아 티끌"이 되어버렸다. 못살던 시절에는 살기는 힘들지언정 도약할 기회가 있었는데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지금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크게 성공하려 하는 꿈은 허망해 보이기조차 하다.


과거 개천에서 난 용들은 중류도 아닌 하류층 가정에서 태어나 고시 등을 통해 인생을 역전시킨 드라마의 주인공들이다.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대개 대학시절 과외나 가정교사를 통해 학비를 벌며 고시나 학위 취득 등을 통해 뜻한 바를 이룬 이들이다. 내가 존경하는 5공 경제수석 김재익, 손봉호교수 등이 그러한 인물들이다. 역대 대통령 중에도 그런 인물들이 한둘이 아니다.


유복한 환경 속에서 성장한 사람에 비해 역경을 어겨내고 성공을 거둔 사람은 세상을 바꾸는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자라면서 못 산다는 이유로 업신도 당하며 사회의 모순을 몸으로 직접 겪어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용들이 이제 개천에서 나오기 어려운 세상이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런 희망이 사라진 건 아니리라는 생각도 든다. 한국에서 판자촌에 버려졌던 한 소녀가 프랑스에 입양되어 훌륭한 부모를 만나 명문대를 졸업하고 아시아계로서 장관까지 오른 일도 있지 않는가? 이는 비록 대한민국에서 현실화된 일은 아니지만 많은 걸 느끼게 해 준다. 현대판 '개천의 용'은 이런 식으로라도 나올 수 있기에 그러하다. 대한민국에서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라면 자기 배만 불리기보다 미국의 '록펠러'나 '카네기'처럼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길 바란다. 또한 대한민국에서도 입양을 통해 크게 성공한 인물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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