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놔..얘봐라.?"
복구는 아침부터 바쁜 우리랑 다르게 콩침대에 늘어져서는 아무리 목줄을 당겨도 미동도 없다.
산책이 아니라 출근을 안한다는 확고한 의지.
30분의 대치끝에 우린 결국 이 녀석을 거실에 두고
유튜브로 음악을 스위치로 조명을 켜둔 채 출근했다.
복구의 연차가 쌓여간다.
이건 마치 월요병 걸린 나를 보는 것 같은 아침 단상.
모든 강아지들이 항상 집사들과 함께 있는 걸 좋아하지만 그게 같이 하는 "출근"이라면 얘기는 달라지나보다.
집에 있겠다고
"이번주에 일산(시댁) 가자. 얼굴 안 보여드린지 오래 됐어."
"봐서."
이 무미건조한 말투의 남편은 나의 친정보다 시댁을 더 안 간다. 부모님과 딱히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면서 그냥 본인이 피곤하면, 친구들을 만나야 해서, 낚시를 가야 해서 약속을 잘 잡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렇게 심한 불효자 자식이랑 내가 결혼을 했나 싶어 싸우기도 많이 했다.
"왜 잘 안 가려고 해? 니 부모님 집인데!"
"명절 두번 가고. 어버이날이랑 생신 다 만나고, 가끔 가게에서 보잖아. 뭘 더 자꾸 가자는거야."
"너 울엄마 장보러는 왜 자주 가?"
"아 그거야 장모님 집은 가면 나 진짜 아무것도 안하잖아. 눈치도 안주시고.....낚시도 마음껏 하고."
본인이 낚시를 좋아하다 보니 친정엄마는 바다가 있는 서산에,시부모님은 바다가 없는 일산에 살아서 장모님인 우리엄마를 더 자주 보게 된다는 걸 알고는 있다.
처음에는 친정보다 시댁에 더 많이 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고, 잘 보이고 싶은 며느라기에는 시부모님이 서운하실까 친정간다는 말도 못한 적이 있었다.
"넌 뭘 니네집 가는 거까지 눈치를 보냐."
남편은 이런 날 이해하지 못했다.
"서운하실 수도 있지! 엄마네 갔다왔으면 일산 한번 가고 그럼 좋지!!"
"진짜 보고 싶어서 가는 거 말고 의무로 가야한다는 생각이면 안 갔으면 좋겠어. 나도 내가 엄마아빠 보고 싶을 때 갈거야. 억지로 막 그렇게 가자고 안해도 돼."
그의 한마디에 나는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졌다.
내가 의무감으로 양가 어른들을 챙기고 있다는 걸, 그가 알고 있던 것이다.
"봐봐. 복구도 가기 싫으면 안 가잖아. 넌 왜 그렇게 못해?"
가기 싫던 동창회 모임.
5년 가까이 연락도 없던 동창의 결혼식.
마법이 터진 날 가야 하는 시부모님 집.
여자는 커피만 잘타면 된다는 진상손님이 득시글한 남편의 가게.
꾸역꾸역 의무감, 책임감으로 다니던 무수한 길목에 서서 나도 한번 주저앉았다.
"아 몰라. 안가 시바."
이 강아지도 야근 특근 외근은 힘들거든.
어제 밤 10시까지 야근하는데 몸이 좀 뻐근하더라고.
우리 대장은 작은 썬팅가게를 하는데, 폴딩도어를 열어주고 바깥 공기를 쐬게 해주고 아침 저녁 산책도 해주지만, 묶여있는 내 하루일과가 늘 재미있지는 않아.
나 사실 한 5살까지는 매일 출근 잘 했는데 이제 일곱살이나 되니 좀 피곤해.
그런데 억지로 출근하려니 더 힘들고 짜증만 늘아서 집사들한테 성질만 부리더라고.
집사들하고 보내는 시간이 필요한만큼 혼자 쉬는 게 필요하다는 걸 너무 늦게 안 것 같기도 해.
그런데, 억지로 끌려가듯 사는 삶은 어때??
어떤 얼굴과 표정으로 자기가 하루를 살고 있는지, 다들 알고는 있어?
나는, 나만의 속도로 걷다가 뛰다가 하려고.
그런데 지금은 안 가 시바.
어쩌라고 내가 싫은데.
내가 오늘 가기 싫은데?
어쩌라고 시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