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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in Oct 19. 2024

배고픈건   못참아

95세 치매 엄마와의 일상

종일 흐리다.

날씨는  사람의 마음을 쥐고 있다.

짙은 회색빛 하늘은 비도 모자라 낮을  빨리 앗아가

버린다.


겨울에 우울증환자가 늘어나는  거 보면  날씨가

사람의 마음을  황량하게도  우중충하게도

만드는게 맞다.


퇴근 길에  잠시 아지트에 들렸다.

발성연습과 노래 몇곡은  부르고  가야

내것을 하나라도 한 기분이 든다.

피아노앞  창으로 보이는  하늘은 그야말로  잿빛이다

왼편 넓은 창으로 눈을 돌린다

일어나서  창가로 가  밖을 바라본다

아직은 스카이 블루가 가미된  회색하늘로

낮이 남아있다

안도하며 피아노 앞으로 돌아온다



출처:핀터레스트


자세히 보니 피아노 앞의 유리창에 썬텐

시트지가 붙여져 있다.

서두에 짙은 회색빛 하늘이라  시작한 이유다


집에 가서 오늘은 꼭 식혜를 만들어야 한다

토요일 바자회에 쓸건데  더 미루면 안된다,


둘째의 전화다.

"엄마  할머니가 배고파 죽겄대

냉장고에 소고기재놓은것 꺼내서 볶을게."

"알겠어  바로 갈게."

5분도 채걸리지 않는거리다.


양파 큰거 한개를  썰어 모조리 소고기에 넣는다.

엄마앞에  밥 .국,수저,적당한 온도의 물까지

의 속도로 대령한다

냉장고 밑반찬을 꺼내서  세팅하고  엄마부터 드시게 한다


볶은 고기 그릇에 내며  둘째와  내것도  챙긴다

둘째는 할머니에게 큰소리로 또박또박 말한다.

"왜 할머니 혼자서 먹냐고?"

한번만에 알아 들으셨는지    민망 미소다.

요양 등급 변경 신청을 하고  오늘 병원에 다녀 오셨다

그래서 배고팠을건데 다녀오신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등급을 올려서 공백이 긴  아침돌봄 시간을  늘리려 했는데

공단직원들이  심사 나오는 이틀전부터 컨디션업이다

비교적 잘 걸으시고  실수도 확 줄었다.

컨디션 좋아진걸 슬퍼할수도  없고

둘째는  식사를  끝낸 할머니를   모시고 거실로 나간다

"할머니  100살 앞으로 "

구령을 외치며


둘째에게 식혜 좀 만들어 주면 안되겠냐고 하니

어이없다는 웃음을  지어서 거절로 알아들었다.

일단 밥을 한다. 거기에 엿지름 불린 뿌연물을  부어  설탕을 넣고 4시간 이상  보온시킨다.  밥알이 둥둥 뜰때까지 기다려야한다.


엄마가 10년정도 육아와 살림을 해주고

독립을 하셨다

버벅 거리던 나는 어느날부터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퇴근하면 앞치마를 일단 챙겨 입는다.

앞치마는 직장을 마치고 우리 집에서의

시작같은   의식이다.


엄마는 늦게 낳은  딸들한테 일을 많이 시켰다.

그래봐야 나는 거의 하지 않았다.

한살 터울의 여동생이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해야

들은척이라도 한다

엄마 오시기전에 청소는 해야 하는데  언니라는 작자는

누워서 꼼찍하지 않는다.

그나마 빗자루질이라도 할라치면  몸뚱아리라도

움직여 줘야 하는데 말이다.


큰소리 치는 동생 목소리에  한바퀴 굴러  준다

큰인심을 썼다 생각했다.


2년전에 엄마가 위독할때 집에 온 동생은

부지런한 나의 몸놀림에 감탄사다

"언니 네가 이렇게 한다고?"

그리고는 어린  그때를 소환한다.

나는  오래된 그 행위를 사과했다

"그때는 미안했다"

엄마를 모시는 텃새로  간단한 형식이다


딸들에게 집안일을 시키지 않는다.

저랬던 내가 얼마든지 집안일을 해내고   있다.

책임감 강한 딸들도  때가되면 한다.






밖은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다.

식탁에 앉아 책을 앞에두고  듣는 비소리는 잠을 부른다.

짬이 없어서 미용실을 계속 못갔다.

지저분해서 단발펌을  반머리로  뒤에 핀을 꼽았다

낮에 동료가 10년은 젊어 보인다 한다.

에이! 해놓고선

당분간 미용실에  가지말까? 혼자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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