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20마일의 기록을 시작하며
고기능성 자폐인 19살 성인 아들과 엄마, 단 둘이 2024년 6월 20일에서 7월 22일까지 세계 여행(Round The World: 이하 RTW)을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 가족들과 만나 시간을 보낸 기간을 제외하고 13일 동안 아시아를 거쳐 유럽을 돌았습니다.
엘에이에서 출발하여 서쪽으로, 서쪽으로 돌아 우리 집이 있는 샌디에이고까지 총 22000마일, 즉 35400km를 돌아 지구 한 바퀴를 돈 것입니다. 9개국, 10개 도시에 방문하였고, A320/330/380, B737/787 등 7개의 비행기 기종과 TGV, 선박, 그리고 버스를 타고 이 구간들을 여행하였습니다.
저는 앞으로 제 블로그에 이 여정을 기록하여, 브런치 북으로 묶어내려 합니다. 제가 이렇게 저희 아들, 호야와의 여행을 이곳에 기록하는 이유는;
아이들과의 여행은 힘듭니다. 특히나 익숙하지 않은 곳일수록 더 힘들기 때문에, 해외여행은 더더욱 힘듭니다. 게다가 저희 아이는 고기능성이긴 해도 자폐인입니다. 성인이 된 지금은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여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 아이는 비행기를 비롯한 탈 것들을 정말 좋아합니다. 저희 아이는 아빠의 유학 때문에 생후 6개월 때 처음 비행기를 탔는데, 아직 돌도 안 된 쪼꼬미 아가가 12시간의 여행도 거뜬하게 잘 해냈던 아이예요. 그리고 호텔에서 자는 것을 너무 좋아합니다. 낯선 곳에서 자는 것도 좋아하지만, 아마 더 좋아하는 것은 호텔에서 먹는 조식일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참 많은 곳을 다녔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모로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이를 통해 얻은 교훈 덕에 이번 여행은 성공적으로 다녀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모가 아닌, 아이가 온전히 중심이 되는 여행. 그 색다른 경험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여행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웁니다. 이것은 아이들은 물론이고, 발달 장애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행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문제들, 그리고 이 문제들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웁니다.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는 것을 너무 힘들어하지만, 여행 중이라면.. 좀 더 용감해집니다.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음식, 해 본 적이 없는 액티비티도 도전해 보기가 쉬워요. 그러면서 많이 성장합니다. 시야도 넓어지고요.
아이와 여행하면 숱하게 싸우고, 화내고, 다시는 이 아이와 여행을 안 가겠다 다짐해도, 여행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사실 이번 여행은 저희 아이의 꿈을 찾기 위해 떠난 길이었어요. 장래에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살면 좋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아이는 미래의 꿈을 하나 찾은 것 같습니다.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과 여행을 통해 부모인 우리와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무작정 떠났다가는 오히려 관계가 더 틀어져서 오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그것을 이 글을 읽으시는 부모님들이 깨닫는 데 작게나마 팁을 얻으실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 일반아인 둘째와 관계가 최악이었을 때 단 둘이 여행을 갔었고, 그 덕에 호환마마보다도 더 무섭다는 사춘기를 아이가 끝내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큰 아이와도 이번 여행을 통해 관계가 한층 좋아졌습니다. 진한 동지애 같은 것이 생겼어요.
앞으로 올라올 기록들은 저희 아이 개인적으로는 인생의 답을 하나 얻은 성장기이며, 여행하는데 어려움을 가졌으나 실제로는 여행을 너무나 좋아하는 저희 아이와 같은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할 부모님들, 그리고 아이와의 관계 개선이 절실한 부모님들에게 제가 드릴 수 있는 생생한 조언입니다. 이 여행을 함께 하실래요? 호야와의 세계 여행을 위한 보딩을 지금부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