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값을 지불하고 자리에 앉힌 허세
좋아 보여서 비싼 값을 치르고 들였는데 <아끼다가 똥>된 경우가 허다하다. 비싼 것은 좋고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해보자는 심산인 것일까? TV CF에 EPL슈퍼스타 손흥민이 얼굴에 면도크림을 잔뜩 처 바른 채 자동 면도기로 깔끔을 떨었던 적이 있었다. 그가 홍보했던 이 면도기는 면도크림을 바른 상태에서도 물론이거니와 그냥 마른 상태에서도 면도가 가능하고 별도 세척장치까지 구별되어 있어서 금액은 비싸지만 좋다고 하니까 덜컹 손아귀에 붙잡아 넣은 케이스였다. 사실 이 면도기는 충전도 빠르고 면도 후 세척도 나쁘지 않았지만 약간의 무게감도 있었고 면도를 할 때마다 기계손질(?) 같은 뒷 손을 감내해야만 하는지라 비누거품을 내고 쉽게 면도할 수 있는 다회용 면도기가 사실 더 편했다.
그러다 보니 비싼 값을 지불했던 면도기는 구석에 처 박혀 있게 되었고 어쩌다 아주 급할 때나 한 번씩 사용하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생각난 김에 꺼내보니 이곳저곳에 녹이 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 면도기를 손 봐서 정리해야겠다. 이런 경우는 막연히 비싸니까 좋아 보여서 가지고 있으면 나쁠 것 같지 않아서 자주 쓰고 있는, 전혀 불편하지 않았던 다회성 면도기를 대신해서 '손흥민이도 쓰고 있다는데 나도'라는
허세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컸던 케이스였겠다. 그 허세로 이 비싼 면도기는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그 주인의 바쁨을 뒤로하고 여유롭게 빈둥거리고 있는 중이다. 버리자니 아깝고 남 주자니 찝찝하다. 잘 수리해서 당근 나눔으로 필요한 사람에게 줘야겠다. 글을 쓰다 보니 드는 생각이 있다. 가끔 보면 그야말로 비싼 값을 주고 구입한 명품의 위세에 누린 주인장이 그 명품의 하수인이 되어 쩔쩔매고 있는 모양새를 볼 수 있는데 그 정도의 허세가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 (이 생각도 허세일까?)
암튼 비싼 값을 주고 자리에 앉힌 허세는 하루속히 버리고 마는 고야가 되고야 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