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3 21일간 자신만의 원칙 세우기

3일 차. 왜 글을 쓰려고 하시나요?

by 이월규

한권의 책이 건넨 회복의 문장


한때 나는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이었다. 핑계를 대자면 많았다. 바빠서, 마음이 산만해서, 읽어도 이해가 어렵고 집중이 되지 않아서. 그래서 책은 자연스레 내 삶에서 멀어졌다.


책을 손에 들고 있어도 마음은 늘 딴 곳을 헤맸고, 활자보다 더 크고 시끄러운 현실 앞에서 책은 너무도 희미한 존재였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멈춰 섰다. 육아가 끝나고, 좋아하던 일이 직업이 되고, 치열하게 일하던 시간 뒤에 남은 건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들이었다.


누군가의 말에 울고, 시선에 흔들리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버텼던 15년. 감당하며 살아냈다고 여겼지만, 몸과 마음은 서서히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할 때야.”


그즈음, 나는 책을 다시 만났다. 아니, 제대로 만났다. 처음엔 두려웠다. 과연 내가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어느 날, 한 권의 책이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그 책이 바로 시작이었다.



어린이 동화 『꽃들에게 희망을』동화책이지만, 마음 깊은 곳을 흔드는 울림이 있었다. 두 마리 애벌레가 주인공인 이야기였다. 수많은 애벌레들이 나무 꼭대기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한 마리는 경쟁하며 올라가고, 다른 한 마리는 중간에 포기한다. 결국 꼭대기에 도착한 애벌레는 아무것도 없는 허무함을 마주하고, 그때서야 자신을 돌아본다. 그제야 깨닫는다.



진정한 삶은, 나비가 되는 것. 그리고 ‘고치’ 속으로 들어간다. 죽음을 무릅쓴 고요하고 깊은 내면의 여행. 새로운 삶을 향한 희망. 그 이야기를 읽으며 나에게도 질문이 생겼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왜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왔는가?”


어린이 동화이지만 책 속에서 희망을 보았다. 애벌레도 자신의 길을 찾았는데, 만물의 영장인 내가 왜 못하겠는가. 용기가 났고, 마음속에 작게 바람이 일었다. 그날, 스스로와 약속했다.


“1년간 100권의 책을 읽자.
월 8권 이상, 집중해서 읽어보자!”


책장을 넘기며, 밑줄을 긋고, 기록을 남기며 조금씩 치유되기 시작했다. 책 속 문장들이 말을 걸었고, 그 말에 답하듯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나를 위한 글이었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내 글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겠구나.


아무도 몰랐던 내 마음속 언어를 꺼내어 글로 남기는 일. 그건 나에게도 치유였고, 관계에 지친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말 한 끼가 될 수 있음을 느꼈다. 이제 나는, 매일 밥상을 차리듯 글을 쓴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문장 하나가 오늘을 버티는 힘이 되기를 바라며.

감정의 노동 속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이 글이 작은 울림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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