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평면 미술의 비평면화 – 콜라주
프랑스혁명을 전후로 회화의 재현 능력이 최고조에 이르지만 사진, 영화의 발명과
발전으로 인해 점차 설자리를 잃어간 미술가들은 평면성에 보다 천착하거나,
평면으로부터의 탈출을 모색한다. 인상주의 미술의 대표적 작가인 모네의 <낟가리>
연작에 강한 영향을 받은 칸딘스키는, 형태와 입체성을 배제시키고 회화의
순수한 요소인 점, 선, 면, 색만으로 이루어진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완전한
비재현적 표현방식인 추상미술을 탄생시킨다.
최초의 추상화. 칸딘스키
인상주의로부터 미니멀리즘에 이르기까지 평면성에 대한 모색이 극단화되는 한편,
신문지, 잡지, 헝겊, 나무 조각, 상표 등 평면미술의 소재로 쓰일 법한 재료들이
캔버스 속으로 직접 들어오면서 비평면 미술의 물꼬를 트게 된다.
캔버스에 여러 종류의 종이를 잘라 붙여 새로운 조형성을 모색하는
‘파피에 콜레’라는 기법이 19세기에 처음 등장하는데 이러한
‘파피에 콜레’가 ‘콜라주’라는 미술 용어로 처음 채택된 것은 사실 초현실주의 작가들에 의해서였다. 초현실주의 작가들은 이질적인 사물 혹은 표현적 요소들을 한 공간에
배치하는 데서 일어나는 미적 충격과 인식의 전환을 즐겨 사용했는데,
현대 미술의 중심이 되는 <데페이즈망>이라는 개념이다.
‘콜라주’는 피카소, 브라크 등 입체파 화가들에 의해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야수파 화가 앙리 마티스가 말년에 색칠된 종이를 각종 형상으로 오려 붙여 보다
풍성한 작품을 만들어내게 된다.
바이올린과 파이프. 조르주 브라크. 콜라주
등나무 의자가 있는 정물. 파블로 피카소. 콜라주
평면 미술의 발전적 모색은 콜라주를 전환점으로 평면 위에 그려지던 사물들이
드디어는 평면을 박차고 나와 그 자체로 미술 작품임을 선언하게 되는데,
그것이 저 유명한 마르셀 뒤샹의 남성용 소변기 <샘>이고 그 후, 반세기를 돌아
앤디 워홀의 <브릴로 상자>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