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1화]기억의 바깥에서

단편소설1

by 최지윤

버스는 늘 같은 시간에 도착했다.

그는 그 사실을 모른 채 내렸다.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정거장에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

떠나는 사람은 없고, 기다리는 사람만 있었다.

오래 기다려본 얼굴들이었다.

매파 노인이 그를 보며 웃었다.


“또 왔구나.”

그는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처음입니다.”

노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낯설었지만,

발은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처럼.


광장 중앙의 시계탑은 멈춰 있었다.

초침은 12를 가리킨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림자는 조금씩 옮겨가고 있었다.

그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아무도 묻지 않는 것 같았으니까.


그녀를 본 건 그날 저녁이었다.

붉은 꽃잎이 흩날리는 길 끝에서

그녀는 이미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서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그는 멈춰 섰다.

놓쳐본 적 있는 사람을 다시 만난 것처럼

가슴이 먼저 기억했다.

그녀가 먼저 말했다.


“이번엔 빨리 왔네요.”

그는 웃었다.


“처음이에요.”

그녀는 그 말을 부정하지도, 믿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들은 함께 걸었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이어지는 침묵이 있었다.

그는 가끔 이상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지금 이 길을,

이 시간의 온도를,


이미 지나온 적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

그러나 생각은 오래 가지 않았다.


저녁이 깊어질 무렵,

멀리서 버스 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표정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이번에도….”


그녀가 말을 멈췄다.

그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묻지 않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버스는 정확히 광장 앞에 멈췄다.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간이다.”

누구의 시간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번엔 놓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 알 수 없었지만.


문이 열렸다.

바람이 멈췄다.


멈춰 있던 초침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그리고 그는...


이 장면을 알고 있다는 확신과 함께

어둠 속으로 밀려났다.

단편소설에서 이어진 기억의 바깥에서 동명소설은 여기서 계속 연작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수,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