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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2의 사춘기

Chapter Ⅱ 

    3학년 2학기 겨울방학을 앞둔 어느 날, 독일 유학의 꿈이 날아가 버림과 동시에 한 달 뒤엔 4학년이 된다는 현실이 나를 짓눌렀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졸업 후에 어떤 길을 가야 괜찮을지 막막했다. 대학교 입학 후부터 3학년까지 정말 눈앞의 목표만 바라보며 정신없이 달렸고, 목표를 성취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학교 생활의 낙이자 내가 이 대학교를 다니는 버팀목이었는데, 3학년을 마무리하고 4학년을 앞둔 어느 날부터는 나에겐 더 이상 목표가 생기지 않았다. 그저 막막함만 깃들었다. 


   막막함에서 자연스레 나의 어린 시절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초조함과 막막함이 어느새 불안감으로 바뀌어 하루하루 불안한 마음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4학년이 되고 졸업을 하게 되면 뭘 하고 살아가야 될 지에 대한 불안감은 쉽사리 떨쳐내기 어려웠다. 


   불안은 어느새 우울이 되어 나의 삶을 옥죄어갔다.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잘하는 것으로 앞으로 어떤 걸 해서 먹고살 수 있을지... 그것에 대한 강박이 점점 심해지면서 나의 삶 전체가 불안과 우울로 둘러싸여 갔고, 그것에서 혼자서는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 여파로 인해 자연스레 4학년 1학기는 작곡 전공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은 학사경고받기 직전의 점수를 간신히 받았다. 그 결과 여태까지 쌓아 올린 높은 평점이 우수수 내려갔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평점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다 4학년 2학기가 되면서부터 갑자기 나는 사람이 무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친한 친구들의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것도 무섭게 느껴져서 친구의 눈을 나도 모르게 자꾸 피하게 되었다. 이런 현상이 이상하다고 생각되었지만, 그저 괜찮아지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사이 11월이 왔고, 대학교 졸업 연주를 끝마치게 되었다. 졸업 연주 이후부터 사람을 두려워하는 게 더욱 극심해져 갔다. 하지만, 이런 말을 나는 아무에게도 할 수 없었다. 이런 내가 그땐 나약하게만 느껴졌다. 졸업 후 펼쳐질 나의 인생에 대한  막막함이 사람의 눈을 피하게 되는 것도 잠식할 만큼 막막함과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나는 왜 이런 몸인 걸까, 내 몸만 괜찮았으면 몸으로 뛰는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건데...라는 생각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점점 스스로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장악해 버렸다. 그렇게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졸업과는 사뭇 다르지만 어딘가 모르게 비슷한 것 같은 대학교 졸업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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